최근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속히 절하되면서 외화예산을 많이
쓰는 외무부 국방부 대한무역진흥공사등 일부 부처와 정부투자기관들이
해외사업규모를 축소하고 직원들의 해외출장기간을 단축하는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23일 재정경제원과 관련부처에 따르면 올해 외화예산은 연평균 환율을
1달러당 7백50원으로 가정, 모두 43억달러로 잡았으나 최근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이 달러당 8백12원까지 치솟아 엄청난 규모의 예산부족이 발생할
전망이다.

연말까지 환율이 어떻게 될지는 불확실하나 현재처럼 원화 절하 추세가
지속돼 연평균 환율이 8백원만 돼도 2천억원이 넘는 외화예산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에따라 외무부 국방부 대한무역진흥공사등 외화예산 규모가 큰 부처와
공기업들은 해외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직원들의 해외출장기간을 단축하는등
예산절약에 부심하고 있다.

총 예산의 60%가 외화예산인 외무부는 올해 총 3억3천6백만달러의 일반회계
외화예산을 배정받았으나 최소한 1백억원의 외화예산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무부 관계자는 "환율변동으로 적게는 1백억원 많게는 1백50억원의 외화
예산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적자액은 다른 부분의 불용액을
전용하거나 예비비를 사용해 보전할 방침이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기존
사업경비를 대폭 줄이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무기등 외자구매가 많은 국방부는 총 18억달러의 외화예산을 배정받았으나
역시 환율 절하로 5백억-6백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억5천만달러의 외화예산을 배정받은 교육부도 불요불급한 해외출장을
연기 또는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1년전의 환율 예측은 항상 틀리기 때문에 외화예산의
적자 또는 흑자는 매년 발생하지만 올해 처럼 급속한 원화절상이 진행될
경우 예산의 전용이나 이용 만으로 보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각 부처가
해외사업 축소등 달러화 절약 시책을 시행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화예산이란 예산편성 단계부터 달러 베이스로 잡는 예산으로 외무부
국방부 무역진흥공사등 해외사업이나 외자구매가 많은 부처나 공기업 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재경원은 97년 예산편성과 관련,내년도 대미 달러 환율을 연평균 1달러당
7백80원으로 잡고 이미 예산편성지침을 시달했으나 이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