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이 중국의 "약속 위반"으로 최근 무산된
이후 업계엔 대중 비즈니스에서 보다 조심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다.

특히 항공업계에선 지난 15년간 중국과의 합작사업에 막대한 투자와
기술이전을 하고도 결국 손해를 본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MD)사의
사례가 새삼 화제로 떠올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MD의 실패담은 중국의 <>계약이행 지연 <>합의사항의 자의적 해석
<>실리챙긴 후 다른 파트너와 합작등 전형적인 비즈니스 행태를 총망라한
"완결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

이 회사가 중국에 휘말리기 시작한 건 지난 72년 닉슨대통령의 방중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닉슨이 타고간 보잉707기에 매료된 중국정부가 보잉기 10대를
주문하자 자극을 받은 MD가 중국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MD는 이때부터 대중협력에 총력을 기울여 79년말 민항기 합작추진을
성사시켰다.

중국에서 MD항공기를 조립하고 중국 항공사가 이를 사주기로 약속한 것.

물론 MD가 중국 기술자들을 훈련시키고 각종 치공구장비를 지원한다는
합의가 포함됐다.

이 사업은 투자규모가 10억달러를 넘는 미중간 전례없이 큰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실제 MD-82기를 상해공장에서 제조하기 시작한 건 계약후 5년이
지나서 였다.

또 중국항공사의 구매조건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중국은 상해공장의
비행기만 사고 미국제 항공기는 구매를 끊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MD는 중국에서 조립된 항공기가 미연방항공청(FAA)인증을 받지 못하자
미국내 핵심시설을 상해공장으로 이전하고 대규모의 엔지니어들을
파견하기에 이른다.

이 사업을 빌미로 중국은 청도 심양 서안등의 항공기 공장에도 MD기술자를
파견해 기술을 전수해 줄 것과 핵심 치공구들 보다 많이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중구은 이렇게 훈련된 인력을 나중에 군용기 개발에 투입했고 치공구들도
전투기 미사일 제작등에 이용했다.

MD의 "단물"을 쏙 빼먹은 것이다.

중국에 흘러들어간 MD의 기술은 올초 대만사태를 일으키는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될 정도다.

하지만 MD는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상해공장에서 만든 MD-82는 제작 첫해인 87년이후 지금까지 35대가
나오는데 그쳤다.

또 중국은 합작이후 보잉에 2백50대의 항공기를 주문했지만 MD에
주문한 비행기는 87대가 고작이었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94년 한국과 1백인승 중형기 개발을 발표해 MD의
중형기 프로젝트에 치명타를 가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실리를 위해 국가간 합의도 무시하는
나라"라며 "중형기 합작무산을 계기로 중국과의 합작사업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