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85회 임시회 마지막 날인 11일 의회본회의.

도시정비위소속 의원 14명이 김석호 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의원들은 "김위원장이 상임위를 독단적으로 운영하는등 자질이 의심
된다"고 제출이유를 밝혔다.

이같은 사태의 배경은 지난해 상임위원장이 새로 선출되면서부터 잠재돼
있던 것.

도시계획분야의 전문가로 자부하는 김위원장의 "공부 좀하라"라는 질책성
발언이 지속되면서 쌓인 의원들의 불만이 이번 회기에 집단적으로 분출된
것이다.

결국 도시정비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5일과 7일에 열린 상임위에 불참해
이번 회기에서 활동을 방기하고 말았다.

문제는 이같은 시의원들간의 속좁은 감정싸움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시민들이라는 사실이다.

시의 도시계획과 주택관련업무를 담당하는 도시정비위의 파행운영으로
건축조례개정안 등 23건의 안건이 적어도 한달간 처리가 늦어지게 됐다.

특히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건축조례개정안이 또다시 상정조차되지
못하자 시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시가 상정한 건축조례안은 공장이적지내에 공동주택건설 금지,
준주거지역에 오피스텔 건축 허용, 재래시장 재건축시 연면적 4배 허용
및 그동안 구별로 달랐던 건축기준을 통합하는 굵직굵직한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 건축계획을 갖고있는 시민들의 눈이 시의회에 쏠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이같은 개정안이 알려지면서 규제가 강화되기전에 공장이적지에
공동주택을 지으려는 기업들의 사전신청이 급증하는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중순에 안건이 상정된지 넉달동안 처리가 늦어져 도시
정비위는 임무방기라는 비판을 피할수 없게됐다.

"공장이적지에 공동주택을 지으려는 업자를 위한 시간벌어주기가 아니냐"는
비아냥이 시관계자들 사이에서 돌고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공장이적지에 공동주택건설을 추진중인 업자들이야 이 틈을 공동주택건설
사전승인신청을 할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산업육성을 위한 공장부지 확보라는 시의 정책은 점점 물
건너가고 있는 셈이다.

또 개정안에 맞춰 건축계획을 갖고 있던 시민들도 당분간 일정을 늦춰야만
하는 피해를 입게됐다.

서로 감정을 내세우기보다는 시민의 편의를 앞세워 풀뿌리민주주의라는
지자제의 의미를 살릴수 있는 지혜가 아쉬운 대목이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