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작가 유홍준영남대교수(47)가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열화당간)이후 10년만에 미술평론집 2권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유교수가 1주일 간격으로 잇달아 출간한 두권의 평론집은 전문미술인을
향해 쓴 평론"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창작과비평사간)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평모음"정직한 관객"(학고재간).

"지난10년동안 미술잡지나 일간신문등에 기고한 글과 각종 심포지엄등에서
발표한 강연문을 모았습니다.

전문적인 작가론은 작가론대로, 일반인을 향한 시평은 시평대로
분류했더니 대략 단행본 4권 분량이 되더군요.

시의성이 없는 시평과 작품경향이 글을 쓸 때와 많이 달라진 작가의
작가론을 제외한뒤 각각 한권으로 묶었습니다"

미술계의 전문인을 대상으로 한 평론과 일반인을 향한 시평이라는 두갈래
글쓰기를 계속해온 유교수는 평론집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를
시평모음"정직한 관객" 못지 않게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권에 보내준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부담으로 남아 있습니다.

가까운 주위분들로부터 본업인 평론가로서의 직분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지요.

그래서 문화유산답사기 3권을 낸 뒤에는 전공인 한국미술사, 특히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올 여름방학중 집필을 끝낼 계획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3권은 크게
부여를 중심으로 한 백제문화, 안동지방의 양반문화, 섬진강 및
지리산자락의 사찰문화를 다룰 계획이라고.

"관심을 갖고 많이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좋아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다음으로는 그림이 있는 곳을 자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음악이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미술도 많이 보고 접한다면 나름대로의
시각이 생기지요"

평론가로서 유교수가 고수하는 하나의 원칙은 애정이다.

"정직한 관객"서문에서 밝혔듯이 그는 2권의 평론집을 통해 작가뿐
아니라 관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비평에서 원칙을 벗어난 경우를 자주 봅니다.

작품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거창한 이론의 틀을 갖고 전개하는 원론비평이
난무하는 것같습니다.

바람직한 예술적 창조를 위한 비평이 아니라 멋진 평론을 쓰기위한
하나의 사례로서 작품을 인용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미술사학)와 성균관대(동양철학)
대학원을 나온 유교수는 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현재 영남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