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허리를 튼튼히 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중간에 있는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엔케이그룹 최현열 회장)

"정부가 신산업정책이다 신노사정책이다 해서 이런저런 대기업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실제로 당하는 것은 언제나 "힘"없고 정부의 보호막도 없는
중견기업이다.

정부가 업종전문화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우물만 파온 인켈이
해태로 넘어가고 유원건설이 쓰러졌다는게 그 반증이다"(삼화인쇄 유기정
회장)

중견기업들이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존립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중소기업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과 같은 자체대응
능력이 충분치도 못한 상황에서 개방의 파고마져 높아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를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중견기업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한 것으로 그 중심은 50여개 중견기업의
대표와 학계 법조계 인사 2백80명으로 구성된 한국경제인동우회(회장
유기정)다.

경제인동우회는 사무실도 마련하기 전에 최근 "우리경제의 당면과제와
대정부건의"라는 보고서를 마련해 정부에 제시했다.

경제인동우회는 이 보고서에서 중견기업에 대한 세제혜택및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공기업민영화증 정부가 추진중인 프로젝트에 중견기업이 컨소시엄
으로 참여할 경우 우대해줄 것등을 촉구했다.

또 경제력 집중의 완화를 통해 대기업그룹 중심의 산업구조를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구조로 바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제인동우회는 이달말께 여의도나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한뒤 정부의
신산업정책및 신노사정책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리해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경제인동우회가 이처럼 중견기업의 "입"으로서 적극적으로 "말"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데는 물론 중견기업의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

조성대 경제인동우회전무는 "광림기계 상일리베가구등의 부도로 위기
의식이 고조돼 있으며 특히 신산업정책과 신노사정책이 중견기업의 발목을
잡는 또다른 요인이 될 수있다는 점이 결속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설명
했다.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도 "중견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을 우등으로
졸업한 업체들이다.

하지만 금융 세제상의 혜택이 끊긴데다 대기업처럼 막강한 자금력이나
정보력 조직력등을 갖추고 있지못해 어느정도의 지원이 없이는 자생력을
갖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경제의 허리역할을 해야할 중견기업들이 기대와 달리 강해지기는
커녕 허약체질로 변해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현재 중견기업의 범주에 속하는 업체는 어림잡아 2천5백여사.

삼익악기 흥창물산 현대페인트 광동제약 한국도자기 동원산업 종근당
삼표식품 수산중공업 경인실업 두고전자 동아무역 삼천리 등이 대표적인
중견기업이다.

중견기업은 규모에서 중소기업보다 크나 30대그룹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외에도 해당분야의 전문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중견기업의 육성은 곧 세계적 전문업체의 탄생을 위한
것이란 점을 내라고 경제인동우관계자는 지적했다.

경제인동우회는 중견기업의 이익을 대변키위해 우선 회원수를 늘리고
영향력있는 외부인사도 계속 영입할 방침이다.

현재 경제인동우회는 유기정 회장과 최현렬 수석부회장(엔케이그룹회장),
그리고 부회장인 김성수 한국도자기사장 김주진 아남산업회장 김재철
동원산업회장 노방현 서울차제공업회장 박승복 샘표식품회장 박주탁
수산중공업회장 이장한 종근당회장 이교은 경인실업회장 등이 이끌고 있다.

2백80명의 회원중 2백30명이 중견기업인이고 나머지 50명은 학계 금융계
법조계출신인사로 여기에는 남덕우 박충훈 유창순 이현재전총리 등이
포함돼있다.

유회장은 "일본의 경우 종전 직후인 46년 83명의 중견기업인이 "시대를
향한 도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경제인동우회를 만들어 지금은
1만여명의 회원을 거느리는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며 "한국경제인동우회도
전경련 중소기협중앙회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중견기업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무실이 마련되는 대로 금융세제 제도개선 경쟁력강화 정보화추진
노사협력 통상국제 기업윤리등의 분과위도 활설화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인동우회 관계자의 지적대로 중견기업의 육성은 곧 전문기업의
육성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중견기업이 탄탄해야 한다는데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도
이론을 달지않는다.

하지만 이해관계상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도 상충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게 중견기업이다.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어느정도 자신들이 주장을
관철시켜 나갈 수있을지, 경제인동우회가 대기업 단체라 할 수있는
전경련이나 중소기업의 대표기구인 중소기협중앙회의 틈새에서 어느정도
목소리를 높혀나갈 수있을지 주목된다.

< 김낙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