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김영우 위원장님.

형이 갑자기 별세하시다니 이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식입니까.

새벽에 형의 별세를 전하는 전화를 받고 한대 얻어 맞은 기분으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다시 전화를 걸어 재삼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어, 목을 놓아 통곡했습니다.

불과 일주일전 형이 퇴원하신날 저녁을 함께하며 기술혁신정채글
토론하지 않았습니까.

한국의 과학기술입국의 장대한 꿈을 어이하고 그리 갑자기 가십니까.

생각하면 형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부회장으로, 다시
한국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장으로, 이어 한국기술경영경제학회
초대회장으로, 최근에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으로 계시면서
과학기술 선진국 진입의 비전과 전략을 온몸으로 다듬고 앞장서 실천해
왔습니다.

특히 저와도 의기가 투합하여 한미기술동맹론 (K~A기술라인)
환황해경제협력권구상 신국제분업론 동북아기술협력체구상, 국가과학
기술혁신전략 등을 함께 개념 정립하고 형은 앞장서 실천하셨습니다.

지난 1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으로 취임하신후 기술혁신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다지면서 기술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과학기술혁신
시스템을 재정비할 엄청난 정책 구상을 준비해 오셨는데 그걸 펼쳐
본지도 못한채 홀연히 가시었습니다.

이제 한국은 신흥 공업국에서 신흥 과학기술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이때형만좀 믿음직한 기량과 사심없는 정열을 갖고 하계 산업계
과학기술계 및 정계를 묶어낼 인물을 어디에서 다시 찾겠습니까.

실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저는 형을 친형처럼 따랐습니다.

부르시면 제가 달려갔고 제가 연락하면 언제나 달려나오시던 의기와
인정을 다시 어디에서 만날 수 있겠습니까.

이제 형은 가셨습니다만 과기입국의 꿈과 비전은 아직 살아남은자의
몫으로 옮겨왔습니다.

형의 죽음을 슬퍼하는 수많은 선후배와 동료들도 한결같이 형의
죽음 앞에서 새삼 그 꿈과 그 불꽃을 이어받고 옮겨받을 결심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과학기술입국의 문지방을 넘는 날 우리는 형의 무덤을
다시 찾아 형의 꿈을 다소는 이루었느라고 삼가 고할 것입니다.

김영우 위원장님! 이제 모든 꿈은 우리들에게 맡기시고 사랑하는
가족들은 신의 은총에 맡기시고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영민하소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