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인구 30만명의 조그만 계획도시이다.

이 도시에서는 다음 세기의 금융및 상거래행태를 송두리째 변화시킬수
있는 IC카드 (칩카드, 스마트카드) 실용화를 위해 거대한 실험이 조용히
진행되고있다.

비자와 함께 세계카드시장의 양대산맥을 이루고있는 마스타카드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호주의 이 작은 도시에서
IC카드의 파일럿 프로그램 (시험운영)을 시작했다.

처음엔 은행직원을 대상으로 극소수의 IC카드를 발급, 여러가지
문제점을 보완한뒤 올 3월말부터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본격 발급에
들어갔다.

현재 캔버라에서 통용되고있는 IC카드 (마스타카드 캐시)에는
2백호주달러 (약 12만원)까지 내장할수 있으며 내장된 금액을 다 쓰고
난후 재충전이 가능하다.

캔버라시내 패스트푸드점 선물용품점 문구점 등 2백50개의 점포가
가맹점으로 가입돼 1만장의 IC카드가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 이 카드로 길거리나 건물안에 있는 자판기에서 담배 콜라 등을
사는 장면도 쉽게 볼수 있다.

카드발급은 호주의 3대 은행인 ANZ (Australia And NewZealand Banking
Group), Commonwealth Bank, Australia National Bank 등이 맡고 있다.

캔버라 중심부의 웨스트필드 쇼핑타운은 전세계에서 IC카드 운영실태를
둘러보려는 금융인과 언론인등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이다.

이 쇼핑타운 2층 어귀에는 가맹점 및 카드회원들의 불편 해소와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마스타카드캐시 서비스센터가 설치돼 3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모자 인형 선물용품 의류등을 취급하는 "그래니 메이즈 (Granny
Mays)"의 점원 키티 쿠퍼 (Kity Cooper)양은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들중
마스타카드캐시로 거래하는 경우는 하루 5명정도인데 대부분 20호주달러
이하의 소액거래에 사용한다"며 "단 5초면 결제가 끝나기 때문에 고객들이
불편해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마스타카드 호주지사의 트래버 휘트워스 (Trevor Whitworth)부사장은
차세대 다기능카드로 일컬어지는 IC카드의 시범운영지로 호주가 선택된
이유를 3가지로 설명했다.

호주인들은 우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저항감이 매우 적어 개인의
비밀번호를 입력시켜야 하는 등 다소 귀찮은 과정을 거치는 IC카드에
순응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또 주간 도시간 교류가 많지 않아 카드거래에 따른 문제발생의 소지가
적다는 점, 신용 및 직불카드시장이 성숙된 나라라는 점도 지적했다.

마스타카드 인터내셔널은 오는 2000년까지 이 카드에 신용 직불 등
여러 기능을 통합시켜 상거래는 물론 은행거래시 잔액조회 대출 등
다양한 용도로 쓸수있는 완벽한 차세대카드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스타카드 호주지사의 IC카드담당과장 린 플로딘 (Leanne Flodin)양은
"IC카드가 전세계로 확산될 경우 마스타카드캐시는 10개국의 통화로
전환이 가능해 해외여행때 환전하거나 잔돈을 남길 필요가 전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