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공업 영동사옥을 둘러싼 법적분쟁은 두 거물급 변호사의 대결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한중은 1,2심 모두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를 통해 소송을 진행시켜
왔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패소판결을 받자 즉각 소송대리인으로 이회창
전국무총리를 내세워 배수의 진을 쳤다.

현대산업개발측도 이에 맞서 2심에서 승소한 이종순변호사와 함께 김덕주
전대법원장을 추가로 선임, 일전불사의 임전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이변호사가 4.11총선 신한국당 선거대책위 위원장으로 선임돼
선거운동으로 소송에 전념을 할 수 없는 가운데 4월23일 1차 선고기일이
잡혀 한중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이변호사는 "상고이유에 대한 보충 서면서를 추가로 제출하겠다"며
선고기일 연기요청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선고기일이 연기되자 현대측은 패소쪽으로 선회
하는 것이 아닌가 전전긍긍해 왔다.

결국 대법원장 출신으로 끝까지 법조계를 지킨 김변호사가 국무총리등으로
정계에 "화려한 외출"을 시도한 이변호사에게 승리를 거둬 법조계에서는
역시 김변호사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이와함께 거물변호사의 소송수임료도 큰 관심거리.

이변호사는 변호사규칙에 따른 소송수임료만 받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수임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변호사규칙에 따르면 소송가액이 5억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가의
0.5%만을 받도록 돼 있어 이변호사의 수임료는 5억원(공시지가 기준)~15억원
(시가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나 통상수임료가 현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법조계 관행으로 볼때 수임료는 최소 1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변호사는 승소한 것까지 고려할 때 그 이상을 상회할 것이라는 법조계의
분석이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