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신창면 남성리에 위치하고 있는 부천공조는 자동차에어컨용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이다.

지난 84년 부천기계로 출발한 이 회사는 95년8월 화승화학을 인수하면서
법인명을 부천공조로 바꾼 업체로 원일정밀 동한기업과 함께 국내
자동차에어컨용부품 3대메이커중 하나이다.

이회사에는 지난해 법인명이 바뀐뒤 노조가 설립돼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전임사장과 한가족처럼 서로 신뢰하며 지내왔던 근로자들이 경영진이
바뀌자 노조를 설립,권익투쟁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회사는 곧 평상시의 모습을 되찾았다.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들이 살수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인식하고 있는
노조가 집단행동을 통한 권익투쟁을 자제하고 화합과 협력을 통한
생산성향상에 나선 것이다.

이에따라 노조설립후 빚기 십상인 노사간의 극심한 대립이나 갈등관계도
겪지 않고 성숙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측은 노사관계를 "굴러가는 수레바퀴"에 비유했다.

수레는 한쪽바퀴가 삐걱거리면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어 양쪽이
다 손해를 본다는 것. 이같은 인식은 노조결성전보다 더 강해져
회사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노조는 직접 잔업을 독려하는등 생산성향상을 위해 회사보다 더
적극적인 보습을 보이고 있다.

전 같으면 근로자들의 불평불만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 퇴근후 집안살림을 해야하는 주부사원들도 밤 10시까지의 잔업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근로자들은 철야작업도 마다 않고 있으며 비노조원인 관리직
사원들도 한마음 한뜻이 돼 생산현장에서 일을 돕고 있다.

노조는 한걸음 더나아가 올해 임금인상률을 회사의 경영사정에 맞춰
결정해달라며 회사측에 일임하기까지 했다.

최종석 노조위원장은 "노조설립이후 모든 근로자들이 설연휴나 공휴일도
반납한 채 늘어나는 주문물량을 맞추기위해 작업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의수전무도 "회사를 인수하면서 조합설립 움직임이 있어 근로자를
위한 회사측의 처우개선노력을 1년만 지켜본후 설립하라고 근로자들에게
요구했었다"며 "당초 우려와 달리 노조의 회사사랑은 경영진을 당혹스럽게
할 정도"라고 말했다.

회사측 또한 노조 못지않게 생산설비와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투자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기숙사방을 탈의실로 이용하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남녀탈의실과
샤워실을 마련해주었고 화장실도 새로 지었다.

2개동으로 돼있는 공장을 계단으로 연결시키는등 작업환경을 개선했고
도색을 통해 회사분위기를 밝게했다.

또 호스커터기 등 생산시설 확충과 함께 자동화를 실현하고
생산관리시스템을 체계화했으며 사무및 공정관리도 컴퓨터화시켰다.

이러한 노사양측의 노력은 생산성 증가로 이어져 부품생산개수가
지난해까지 1일 6천, 7천개에 달하던 것이 올해 8천개이상으로 늘어났다.

또 매월 4억, 5억원대에 머물던 매출규모도 노조가 설립된 지난해
9월부터는 6억원대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 3월에는 7억1천만원의 매출로 회사설립 후 월간매출액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실적향상과 함께 작업장분위기가 바뀌면서 불량률도 현저하게
낮아졌다.

"산타모"차종과 "세피아" 차종 에어컨용파이프의 불량률이 종전에
각각 9백76PPM과 6백24PPM에서 제로로 낮아졌으며 "엑센트" 차종
에어컨호스는 7백PPM에서 1백PPM이하로 개선됐다.

이회사는 올해 매출액을 82억원까지 끌어올린 후 오는 2000년에는
3백억원대로 높이기로 했다.

또 현재의 시장점유율 21.6%를 35%로 높여 2대메이커로 자리잡을
방침이다.

1일 생산부품개수도 현재의 7천개수준을 1만개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 아산 = 이계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