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변하고 있다.

산사속의 종교가 아니라 동시대 일반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종교로
일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불교전반의 이같은 변화는 종단 개혁을 앞세운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체제가 출범 1년반을 넘기면서 일층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불기 254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과감한 결단과 실천력으로 개혁종단을
이끌고 있는 송월주 총무원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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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박성희 < 문화부장 > ]]]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 불교계가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준비하면서
보여준 변화상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월주스님 =올해 봉축행사는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이라는 대전제 아래
부처님의 사상을 널리 전파하고,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위로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법요식이나 연등행렬같은 일과성 행사가 아니라 모든 국민과 함께 하는
축제가 되도록 형식과 내용을 대폭 바꾸었지요.

-아기부처를 형상화한 캐릭터 제작이나 서울시청앞 광장에 들어선 연꽃
조형물등은 "달걀 깨뜨리기"식의 획기적인 인식전환의 결과로 생각됩니다.

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은 많아도 실제로 변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 월주스님 =불교가 변해야 한다는데 대해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봉축행사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및 연꽃조형물 제작 아이디어도 별 이의 없이 채택됐습니다.

관행을 깨뜨리고 사고의 폭을 넓히기는 다소 힘들었지요.

30대 젊은층으로 구성된 봉축기획단이 지난해말부터 봉축행사를 준비하면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 기획하는 가운데 새롭고 참신한 안이 많이
나왔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같아 다행스럽습니다.

-지금까지의 불교는 어딘가 현대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 것이 사실
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제작된 로고나 캐릭터는 상당히 신선하고 충격적
입니다.

<> 월주스님 =아기부처를 형상화한 캐릭터에서 보듯 불교계 전반이 청소년
과 일반시민에게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깨달음의 사회화운동과 같은 맥락이지요.

깨닫고보면 나와 이웃, 사회와 자연이 둘이 아니라 하나예요.

따라서 나의 것을 나누고 베풀면서 이웃과 사회, 자연과 함께 하자는
것입니다.

또 이전에는 사찰까지 찾아온 사람에게만 포교하는 수동적 자세를
지녔었다면 이제부터는 사찰이 사람들을 찾아 포교하자고 강조합니다.

능동적인 자세로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할 때 대중과 함께하는
불교가 되겠지요.

-사회변화에 적극 부응하는 불교의 모습을 봉축행사에 담은 것이군요.

<> 월주스님 =그렇습니다.

승려와 신도들만 참여하는 연등행렬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풍선등을 들고 동참하는 연등축제를 기획했는데 그것이 성공을 거뒀습니다.

앞으로도 이같은 불교 대중화작업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기부처 캐릭터는 친근한 느낌을 주는데 중점을 두고 부처님의 자비를
실현하는 모습을 다양하게 형상화했습니다.

-봉축행사 규모가 예년에 비해 커지다보니 비용문제가 만만찮았을 것
같습니다.

불교의 재정자립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 월주스님 =종단운영에 투명성을 기하고 있습니다.

총무원은 물론 각 사찰이 재정 인사등 모든 종무에서 공개운영의 원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어요.

또 불자들의 시주금만으로 불사를 추진한다거나 사찰을 운영하지 말고
불교달력 제작, 신용협동조합 운영등과 같은 수익사업을 펼치도록 유도중
입니다.

현재 회원증을 발급중인 신도회가 내년에 목표대로 100만 회원을 확보하면
연 1만원 정도의 회비를 걷어 재정에 보탤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300만명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적잖은 재원이 필요하긴 하지만 생수개발사업도 구상중입니다.

-취임시 재정자립을 위해 불교문화유산을 활용한 사업을 펼치겠다고
하셨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 월주스님 =불교유산을 이용한 기념품이나 민속품을 제작.보급해 사찰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사찰안에 전통찻집등을 운영, 내방객을 편안하게 쉬도록 하면서 사찰
수익도 제고시키는 방안도 장려하고 있습니다.

-전체 불교신도는 얼마나 됩니까.

조계종 신도의 수는.

조계종 산하 사찰수와 승려수도 알려주시죠.

<> 월주스님 =1,300만명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불교쪽에 가까운 무종교인구까지 합치면 2,000만명이 넘을
것입니다.

이가운데 조계종소속 신도가 70~80%지요.

조계종산하 사찰은 본말사만 1,900개, 암자를 포함할 경우 3,000개에
이릅니다.

승려수는 1만2,000명입니다.

비구와 비구니가 반반입니다.

-총무원장 취임후 종단운영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월주스님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운영하기 때문일 겁니다.

또 승려는 물론 신자들까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종단의 사업에 참여토록
해 각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수 있도록 합니다.

사찰운영 담당자인 승려들에게는 공익정신을 갖고 본연의 임무인 수련뿐만
아니라 복지및 사회구제사업에도 힘쓰도록 이끌고 있지요.

-개혁에는 언제나 기존세력의 반발이 따르게 마련이라고 여겨집니다.

종단내의 개혁이 무리없이 이뤄지도록 하는데는 비결이 있을 듯합니다만.

<> 월주스님 =종헌과 종법에 따라 운영하고 있습니다.

종헌과 종법에 규정된 대로 교육 포교 복지사업을 추진하지요.

종단재산을 처분할 경우에도 총무원장과 주무부처의 허가를 받아 집행함
으로써 규정된 종법을 지키도록 합니다.

-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상 정립을 위해서는 인재의 양성과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요.

<> 월주스님 =교육기관은 기초 선원, 강원및 지방승가대, 중앙승가대,
그리고 동국대 종비승 과정등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중앙승가대의 경우 각종학교에서 4년제 정규대학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작업중입니다.

전통교육의 장점을 살리는 가운데 부족한 부분을 현대교육으로 보완토록
할 계획입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알찬 방법을 연구중입니다.

-얼마전 경주 불국사에서 개최된 KBS열린음악회가 대성황을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26일 방송된다지요.

사찰 그것도 유서깊은 불국사에서 대중가수들이 무대에 서는 음악회를
여는데 대해 종단내부의 반대는 없었는지요.

<> 월주스님 =사찰은 본래 열린 곳입니다.

승려들이 수행하고 신도들은 찾아와 함께 어울리는 열린 공간이지요.

따라서 이번 음악회는 사찰이 종교를 초월해서 모두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특히 1,300년 고찰 불국사의 뛰어난 문화재와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불교
소재음악및 대중음악, 첨단전자장비가 조화돼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무대가
만들어졌어요.

불교가 큰 걸음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가톨릭대학 성심교정의 열린음악회에서 대중가요 "애모"를 부른
김수환추기경처럼 열창하는 월주스님의 모습을 기대했었습니다.

<> 월주스님 =노래를 잘하지도 못하지만 안하는게 분위기를 위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봉축행사의 일환이라 인사말은 했지만 실은 그것도 안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불교가 되려면 산사 중심에서 벗어나 도심사찰이
확대돼야 할 것같은데요.

<> 월주스님 =교통.통신의 발달로 옛날에는 하루 꼬박 걸려야 갈 수 있던
곳을 이제는 한시간이면 찾아갈수 있게 됐습니다.

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대신 대중속에 뿌리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겠지요.

청소년복지회관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방식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갈 계획
입니다.

-가사와 승복을 바꾸는 작업도 추진중이죠.

색깔도 달라지는지요.

<> 월주스님 =법계에 따라 가사의 크기를 달리할 작정입니다.

전체적인 색깔은 그대로 두겠지만 비구와 비구니, 사미와 사미니의 승복은
구분이 가능하도록 색깔등을 차별화하려 합니다.

올해안에 내부의견을 수렴, 실행할 생각이지만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통에 근거하고 승려들의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다 전문가
의견도 수렴하려니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찰문화재의 보존.관리도 불교계가 당면한 큰 과제로 보입니다.

내부적으로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요.

불교박물관 건립작업 성과는.

<> 월주스님 =불교문화재는 대부분 민족문화재로 관리 보수를 위해 국가
차원의 예산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매년 지원을 받아 왔고 올해도 220억원이 책정됐습니다.

하지만 66조원의 예산중 220억원은 너무 적지요.

-총무원장이 되기전 인권.환경운동등에도 적극 참여하셨지요.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평화통일불교인협의회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셨는데.

<> 월주스님 =사회고.시대고와 함께 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동시대인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보살행이자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엔 종단 일이 너무 바빠 예전만큼 자주 참석하지는 못합니다.

앞으로 통일문제등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려 합니다.

-최근 일부에서 조계종단과 선학원이 갈라서는게 아닌가라는 우려의 소리가
있습니다.

<> 월주스님 =50년대 정화불사를 통해 조계종 탄생의 거점이 된 선학원과
분리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최근의 문제는 선학원 정관에 "조계종 종지를 받들 것, 중앙종회가 조계종
승려중 추천하는 방식의 임원 선출.정관개정때 종회의 동의를 거칠 것"등을
명시토록 한데서 비롯됐는데 그같은 사항은 본래 선학원 정관에 있던
것입니다.

-지금의 사회에서 가장 중심이 돼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월주스님 =생명존중사상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유와 평등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부귀천 차별없이 모든 이가 부처님처럼 받들어지는
생명존중사상이 중심가치가 돼야 하지요.

-경제정의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이 있는지요.

<> 월주스님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절대빈곤층이 적지 않습니다.

300만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이 베풀도록 의식을 바꾸고 부의 편재현상을 시정하도록
제도를 개혁해야겠다 싶어 관심을 갖게 됐지요.

-하루 일과를 전해 주시죠.

<> 월주스님 =새벽4시에 일어나 예불과 참선, 독서를 한뒤 오전9시에
총무원에 출근합니다.

종무회의를 주재하고 각종 행사나 모임등에 참석하고 저녁10시에 취침
합니다.

북한산이나 아차산등지로 등산을 가기도 하는데 최근엔 바빠 2주동안
못갔습니다.

-건강하고 젊게 보이십니다.

비결이 있으신지요.

<> 월주스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일하되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집착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러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인연이 있다고 믿는 만큼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미망에 빠지지 말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바쁘신 중에 오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리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