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사정이 풍부해 실세금리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중소기업들은
돈구하기가 갈수록 어렵다.

종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겨우 대출받을수 있다.

금융기관들이 담보챙기기에 적극 나서면서 동일한 담보로 대출받을수
있는 금액도 크게 줄었다.

중소업체의 잦은 부도와 이에따른 책임문제를 의식한 금융기관 직원의
몸사리기로 신용대출은 구두선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대기업들은 이자가 싼데를 찾아다니며 대출받는데 비해
중소기업은 차입곤란과 코스트증가의 2중고를 겪고 있다.

자금시장에서의 부익부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의 기계업체인 S사는 거래은행으로부터 1억원의 운전자금을
대출받으면서 연 15%의 금리를 부담하게 됐다.

이 회사는 표면금리 12%의 일반자금대출을 받으면서 국민주택채권매입과
담보설정등에 약 1%를 부담했고 3년만기의 1억원짜리 적금까지 들었다.

따라서 실제 금융코스트는 연리 15%에 달한다고 이 회사의 경리부장은
말했다.

그나마 S사는 유망중소기업이라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것이다.

경기도의 전기업체인 D사는 13.5%짜리 신탁대출을 받아 보증료 꺽끼를
포함, 실제금리는 16.5%에 달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지난해보다 1%포인트이상 금리부담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11~12%로 조달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의 은행들의 대출세일과는 거리가 멀다.

풍부한 금융권의 자금은 대기업에게만 해당된다는 얘기다.

D사관계자는 "금융기관이 대기업에겐 낮은 금리로라도 돈을 못빌려줘
고심하면서 중소기업으로부터는 최대한 높은 금리를 적용해 수지를 보전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담보챙기기도 더 강화됐다.

대구의 섬유업체인 S사는 싯가 28억원짜리 공장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손에 쥔 돈은 겨우 11억원에 불과했다.

은행의 적극적인 담보챙기기로 싯가의 40%만을 대출받을수 있었다.

당초엔 어림셈으로도 15억원이상은 받을수 있을 것으로 예상, 설비증설및
운전자금계획을 짰으나 전면 수정했다.

공장의 감정가는 20억원에 달했으나 거래은행은 감정가의 80%까지만
대출할수 있고 그중에서도 전체 종업원의 예상퇴직금과 3개월분 평균
임금에 해당하는 5억원을 공제, 11억원만 내준 것이다.

중소기업은 보증받기도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경기도 소재 전자업체인 B사는 이달초 2억원의 보증서를 발급받기위해
인근의 신용보증기금을 찾았다가 상담도 못하고 돌아왔다.

보증여력이 없어 보증을 서줄수 없다는 답변만 듣고 왔다.

신용보증기금의 관계자는 "신보 전체의 보증여력엔 문제가 없으나
해당기업이 한계기업이고 신용도에 문제가 있어 보증을 서주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은 올들어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확대
신용대출확충등의 구호를 부르짖고 있으나 피부에 와닿는 것은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소기업청 설립이후 중기청장이 여러차례에 걸쳐 금융기관
책임자들과 만나 기술력중심의 기업평가등으로 대출관행을 바꿔줄 것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담보챙기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길디케이박스사장은 "은행원들이 정당하게 기업을 평가해 신용으로
대출한 경우엔 과감한 면책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이같은 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은 정착될수 없다"고 말했다.

한기윤 기협경제조사부장은 "금융권의 여유자금이 중소기업에게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