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상품시장(Kids Market)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어린이용 의류 신발
가구 완구 식품 등이 고급화 고가화 전문화되는 추세를 보이고있다.

이에따라 차별화된 고급상품으로 어린이고객을 잡는일은 대부분 기업체의
중요한 마케팅전략의 하나가 됐다.

어린이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독특하다는 평가만 받게되면 값이 비싸도 잘
팔린다는 특성을 갖고있다.

많지않은 자녀를 최고로 키우고싶은 요즘 부모들의 조급한 마음때문이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4월 시장에 내놓은 고급이유식 "스텝리전트"제품은
시판 1년만에 이회사의 이유식제품 전체매출 900억원의 95%를 차지할만큼
급성장했다.

이제품은 지난해 120억원의 이익을 내는데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남양유업은 이 제품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현미 야채를 원료로한 고급
제품이란 점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들었다.

"내 아이는 최고다"란 광고카피가 부모들의 이기심을 부추긴다는 지적에도
불구,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잘 먹혀들었다.

이 회사의 성장경 홍보실장은 "지난 94년 78만명이던 신생아수가 지난해
68만명으로 감소할 정도로 자녀수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의 니즈가 점점
고급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의류와 신발의 성장률 역시 성인용제품의 신장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유아동복과 유아용품시장의 경우 지난해 1조7,000억원규모에 달했으며
매년 20%이상 꾸준히 성장해가고있다.

이에따라 의류 제화업체들은 구색맞추기로 만들어내던 어린이제품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있다.

성인의류업체들이 잇따라 아동복시장에 뛰어드는가 하면 고가 유명브랜드가
국내상륙을 가속화하면서 저가제품을 파는 재래시장의 아동복상권은 설
자리를 잃고있다.

성인용 신발과 의류를 만들어내는 금강제화는 올 봄 "니노세루치 제모"란
라이선스브랜드 아동복과 아동화를 시장에 내놓고 명동에 어린이전용
매장까지 만들었다.

이회사의 아동복값은 5만~7만원대가 주류이고 재킷의 경우 12만원을 호가,
상하의와 재킷 점퍼등을 다 갖추면 20만원이상이 들지만 내놓기 무섭게
불티나게 팔리고있다.

아동가구시장도 부엌가구나 혼수가구시장에 비해 두배이상의 고성장을
누리고 있다.

아이들 방을 꾸며주기위해 서랍장 책상 의자 침대등 일체를 갖추려면
300만원이 족히 들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고있는 실정이다.

소비재상품 못지않게 호황을 누리고있는 것은 어린이전용 서비스업이다.

어린이전용사진관 어린이영어학원 학습비디오대여점등 각종 어린이대상의
서비스업체들이 체인점형태로 성업중이다.

어린이학습비디오만 하더라도 시장규모가 4,000억원에 이를 정도이다.

갓난아기에서 초등학생까지를 고객으로 하는 어린이전용사진관 키즈포토의
경우 수도권에 30여개 체인점을 연데 이어 지방에까지 사업을 확대하고있다.

이같은 어린이산업의 급성장은 자녀들에게 물질적 풍요로움을 안겨주려는
부모들의 겉치레애정을 배경으로 하고있다는 점에서 정신적 빈곤을 걱정
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있다.

또 어린이산업이 욱일승천하는데 비해 노인들을 위한 실버산업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는 것도 우리 사회풍속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서글픈
대목이다.

< 강창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