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웨이퍼표면을 가스로 부식시키는 공정을
거처야한다.

정확한 양을 투입하는 동시에 이 가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가스는 2차대전 당시 히틀러가 아우슈비츠에서 사용했던 독가스
이상의 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제조공정에는 또 강력한 진공펌프도 필요하다.

제조라인의 청정도에 따라 제품의 품질및 불량률이 결정에서다.

가스주입및 정화장치,진공펌프를 포함한 핵심 반도체제조장비는 그동안
거의수입에 의존해왔다.

워낙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제품들이라 국내개발이 어려웠다.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하나를 건설하는데는 보통 1조원가량이들어가는데
90%이상을 외국제품을 들여오기 위해 써야하는게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현주소이다.

케이씨텍은 이들 반도체장비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는 몇 안되는
기업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 87년 특수가스용 배관시스템및 관련제품 제조를
전문으로하는 개인사업체로 출범했다.

"반도체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무한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관련장비 자체개발 노력은 전무했어요.

당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입에만 치중하는 풍토였지요"

고태석(42)사장은 그때부터 반도체장비 국산화를 위한 기초조사및 기술
인력 확보에 착수했다.

90년6월 케이씨텍으로 법인전환하고 외국장비를 수입.판매하면서
기초기술을 익혀갔다.

이듬해 2월에는 경기도 성남에 장비제조라인을 갖춰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로의 진출터전을 마련했다.

"예상대로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관련 기초기술기반이 취약했어요.

인력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첨단기술을 보유하고있는 미국이나 일본은 부메랑효과를 의식해서인지
기술이전을 꺼려 그들의 기술을 베끼기도 쉽지 않았어요"

2년여간의 연구결과로 일부장비의 국산화에 성공해 92년 대한민국 산업
포장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고사장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쳤다.

그러나 93년부터 기술개발속도는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경기도 안성에 공장과 기술연구소를 세웠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생산기술연구원으로부터 지원받은 기술개발자금을
포함, 24억원을 쏟아 부었다.

94년3월 건식진공펌프(드라이펌프)개발을 완료한데 이어 5월에는
건식가스정화기(드라이스크루버)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휴일도 반납한 채 기꺼이 밤샘작업을 해 준
연구진및 사원들의 땀이 결합된 결과이지요"

이 회사가 개발한 건식가스정화기는 금속산화물의 화학반응을 이용,
기존 습식정화기에서 걸러지지 않는 독가스까지도 완전처리할 수 있으며
폭발위험도 없는게 특징.

금속산화물을 이용한 화학반응식 정화방법은 국제특허도 따냈다.

카트리지수명을 기존제품보다 2배이상 늘렸으며 유지보수비용도 70%이상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건식진공펌프는 기존의 오일방식펌프와는 달리 오일에 의한 오염염려가
없으며 소형으로 제작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등 국내대형 반도체업체로부터 주문이
밀려들었다.

92년 19억8천9백만원이었던 매출이 93년 66억3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어 94년에는 1백23억2천2백만원으로 1백억원 고지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2백2억5천3백만원에 달하는등 매년 2배이상의 매출신장세를
거듭했다.

"반도체경기곡선이 곤두박질치지 않는한 올해 이들 국산화제품의 매출은
4백억원선을 웃돌고 2000년 이전에 1천억원선을 돌파할수 있을 것"이라고
고사장은 전망했다.

그는 해외시장개척에도 특히 신경을 쏟고 있다.

올해를 수출원년으로 선포했다.

1천만달러 이상의 제품을 실어내 기술력을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이를위해 해외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애프터서비스망및 판매망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고사장은 이들 장비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반도체 재료의
국내생산기반도 다진다는 생각이다.

"부품의 경우 국산화율은 아직 형편없습니다.

5%정도에 그치고 있지요.

핵심부품은 거의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는 앞으로 3년간 50억원을 투입, 고순도 가스배관용 레귤레이터및
밸브를 중심으로 부품국산화율을 80%~90%까지 높인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반도체용 레귤레이터및 밸브 생산업체인
미 베리플로사와 국내제조 및 판매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했다.

반도체제조에 필요한 고순도 화학약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는 미
ADCS사와 합작해 한국ADCS를 세웠고 일 파이오닉스사와 합작설립한
한국파이오닉스를 통해 드라이스크루버 관련기술개발을 보다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고사장은 이와함께 일 고요린드버그사와 손잡고 설립한
한국고요린드버그를 통해 관련장비의 국산화품목을 넓혀가는등 반도체제조
장비및 재료생산부문의 기술자립에 박차를 가한다는 생각이다.

<김재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