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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학교 지방자치대학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와쿠니
데쓴도 전이즈모시 시장 초청 강연희가 14일 오전 호텔롯데 에메랄드룸에서
개최됐다.

기업인에서 지방 중소도시 시장으로 변모, 기업가형 지방경영으로 명성을
날린 이즈모전시장은 이날 "지방자치 행정의 경영전략" 강연을 통해
지방자치의 성공은 곧 민주주의의 성공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강연요지를 요약한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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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취임후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공무원들의
의식과 조직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현재 일본의 공공기관과 대부분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본 연호를
서기로 바꿨다.

서기를 체택한 후 천황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비난이 잇달았으나
같은 문화권인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사용하지 않고있는 연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일본의 국제화시책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서기사용을
강력히 추진했다.

일본 지방자치의 고질적 병폐가운데 하나는 직원채용등에서 지방유력자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연고주의 경향이다.

따라서 연고채용을 일절 금지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시장 재임기간중
개인적인 관혼상제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했고 업무시간 단축
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취임 초기 여성간부가 2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73명 간부중 13명이
여성이다.

또 공무원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1주일에 할 수 있는 일이더라도 3일안에
할 수 있는만큼 모든 일에 기한을 정해줘 공무원들에게 시간의 중요성을
인식시켰다.

특히 시에 청원이나 진정을 해온 시민들에게 공무원들이 그자리에서
1주일 혹은 한달등 정확한 시한을 정해 답변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도록
했다.

따라서 공무원들도 정해진 기간안에 일을 처리하지 않을 수 없게되고
이는 곧 비용절감효과를 가져왔다.

처음에 잘 만들어진 조직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나 생산성이 떨어지는게 일반적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취임후 2년뒤에는 모든 조직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했고 2년이 지난후 대대적인 조직개편작업을 벌였다.

조직의 명칭도 어떤 일을 하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바궜고 일이
끝난 조직은 자연스럽게 해체되도록 하는 Sunset방식을 체택했다.

이같은 조직개편작업으로 이즈모시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30%가량 적은 인원으로 1백%이상의 일을 해냈다.

시민편의 향상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주5일근무제가 정착된 일본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민원창구를 백화점에 마련했고 개인의 신상기록과 병력 등 자료를
담고 있는 "시민카드"도 발급했다.

시장 취임당시 이즈모시에는 쓰레기 문제가 거의 없었지만 언젠가는
쓰레기처리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로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봉투를 1백장씩 각 가정에 무료로 나눠주고 시민들이 쓰레기배출을
줄여 봉투가 남을 경우 1장에 40엔씩을 주고 시에서 다시 사들였다.

쓰레기봉투 1장당 처리비용이 1백20엔이므로 시민들에게 40엔을 주더라도
80엔은 절약된다.

또 소각장 용량이 한계에 달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해야 하는 문제가
닥쳤다.

이때 소각장을 건설하지 않고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이동식 차량을
마련했다.

이같은 차량이 보급되면서 거리의 쓰레기통도 사라졌고 소각장 건설보다
비용도 훨씬 절감되는 효과도 가져왔다.

일본에서는 자동판매기 문화가 발달해 심지어 술이나 음란잡지 등도
구입할 수 있어 청소년 문제가 되고 있으며 24시간 계속 전력을 사용
하면서 낭비요인도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주부모임등을 통해 여론을
형성, 자판기의 설치를 금지토록 조례를 개정했다.

자동판매기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대화의 단절현상도 극복했다는 의의도
찾을 수 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말이 있다.

민주주의적 절차를 지키고 국가와 지역발전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지방자치를 발전시켜나갔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다.

< 정리 = 김남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