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엔지니어링업계의 기술사 부족현상이 심각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마련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지난 93년 기술용역육성법이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으로 바뀌어 기술사를
보유하지 않고서도 엔지니어링용역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업체수가
50%가량 늘어났으나 성수대교붕괴등 대형사고여파로 기술사보유가 또다시
의무화된 후 기술사부족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기술사확보를 위한 중소 엔지니어링업체간 출혈경쟁이 증폭되고
있으며 일부업체들은 기술사 이름만 빌려 입찰에 참여하는등 앞으로의
기간시설확충에 따른 엔지니어링사업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배출된 기술사는 총 1만
2천5백34명.

기술사는 처음으로 배출된 64년이후 매년 꾸준히 늘어왔으며 최근 3년동안
연간 1천7백여명이 배출되는등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절대수에 있어서는 선진각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인구 1만명당 21명, 프랑스는 6.7명에 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2.5명선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그나마 중소 엔지니어링업체로의 진출을 꺼리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엔지니어링업체에 소속된 기술사는 한국기술사회에 신고된
6천5백3명중 28.7%인 1천8백6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있다.

엔지니어링업체들이 필요로하는 기술사수가 지난해말 현재 2천8백81명에
달한다는 협회조사자료를 감안하면 적어도 1천여명의 기술사가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말 현재 전문분야 신고업체 4천2백48개사중 2천8백
81개사가 기술사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건설부문의 경우 신고업체 2천5백13개사중 기술사 미보유업체가
65.5%인 1천6백46개사에 달했다.

전문분야별로 보면 토질및 기초부문이 3백11개사중 2백10개사, 토목구조
2백98개사중 1백94개사, 항만 해안 95개사중 51개사 등 기술사를 보유하지
못한 업체가 더 많았다.

도로및 공항, 수자원개발, 상하수도부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술사확보를 위한 중소 엔지니어링업체간 출혈경쟁으로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이들 업체가 수행하는 각종 시설의 기초설계 부실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각중 시설물의 부실요인중 설계잘못에 기인한 것이 40%에
달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같은 기술사인력부족에 의한 것이란게 협회측의
주장인 것이다.

이에따라 기술사 인력배출을 보다 확대해줄 것을 협회측은 요구하고 있다.

협회측은 우선 기술사시험에 배출정원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해 산출한 연간 수요인력을 고득점자순으로 뽑아
현재 평균 15%선을 밑돌고 있는 합격률을 끌어올림으로써 수급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술사회가 88~94년의 엔지니어링산업 평균수주금액 증가율 27%를
기초로해 추산한 기술사수요는 97년 4천6백82명, 2000년 9천5백27명에
달하는데 현재의 절대평가방식을 고집한다면 부족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 기술사자격증을 딴 사람이 아니더라도 현장경험을 통한 실무능력을
갖춘 사람들에게 실무경험테스트를 거쳐 기술사에 준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협회는 이와함께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돼 있는 엔지니어링업체에 대한 각종
조세및 금융지원등도 제조업체 수준으로 높이는등 엔지니어링업체들이
기술사를 유인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측이 주장하고 있는 배출정원제 도입등은 기술사의 질적저
하등 적잖은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어 이를 해결하면서도 수급균형을 이룰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 연구되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