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9일 오전 11시.

종로에 있는 탑골공원에서 꽤나 의미있는 집회가 열렸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및 환경운동단체의 회원 30여명이 모여 "골프없는 날"
기념행사를 가진 것이다.

회원들은 "골프장 건설이 금수강산을 망친다"고 성토하면서
"골프망국론"을 펼쳤다.

비록 작고 널리 알려진 집회는 아니었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집회였다.

필자는 바로 그날 일본 아사히신문을 통해 "백악관에서 아주 이색적인
발표를 하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즉 클린턴대통령의 딸인 첼시양이 다니는 워싱턴의 명문사립고등학교
시트웰 플랜즈스쿨이 5월4일에 열기로 돼있는 자선파티에 클린턴대통령이
"자기와 한 조로 골프할 수 있는 권리를 매물로 내놓고 최저경매가격을
3만달러로 정하였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후 95년5월6일자 아사히신문에서 다시 이런 보도가 실려
있음을 발견하였었다.

"클린턴대통령은 5월4일 첼시양이 다니는 학교가 자선활동 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개최한 정례의 파티에서 "대통령과 함께 라운드할 수 있는 권리"를
경매에 붙였는데, 이에 대하여 연방정부의 세관직원이 7만6,000달러에
응찰하여 낙찰을 받았다.

올해로 25번째로 맞는 이 파티는 매년 경매회를 열어 그 수입을
자선활동에 충당해 오고 있는데 이번 낙찰액은 역대 최고라고 한다.

낙찰자는 이 권리로 대통령과 한조로 18홀을 라운드할 수 있다.

골프일정은 대통령의 사정에 맞추어 정해지는데 함께 플레이할 나머지
두 사람은 낙찰자가 선택한다.

세관직원은 자신의 가족과 대통령등 4인이 라운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잠시 동안이나마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4월29일 탑골공원에 모여 골프망국론을 펼쳤던 사람들이 클린턴
대통령의 저런 모습을 보거나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더욱이 6,000만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을 주고 "대통령과 골프할 수
있는 권리"를 산 사람이 연방정부의 세관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망국론이 펼쳐지는 골프를 자선기금 매물로 내걸은 대통령.

그 대조적 모습의 "진실"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