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는 기업에 투자한다"

코리아펀드 운용회사인 스커더사의 코리아펀드 운용방침이다.

마젤란펀드가 공격적인 펀드의 대명사라면 스커더는 보수를 대표할
만하다.

스커더의 자산운용은 기본분석에 충실하며 장기보유전략을 쓴다.

매우 보수적이라고 볼수 있다.

기본분석에서 투자대상으로 꼽히면 여간해서는 팔지 않는다.

94년 성수대교 붕괴로 시공사인 동아건설주가가 곤두박질치고 남들이
투매를 할때도 스커더의 코리아펀드는 태연히 동아건설주식을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19년에 설립된 스커더(Scudder, Stevens & Clark,Inc.)는 투신사와
자문회사를 겸한 형태의 투자운용회사(Investment Management)로서 94년말
기준으로 1,419명의 기관투자가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전세계에서 912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최초의 투자자문회사이며 7개의 100%출자사가 있다.

자산순위로 볼때 미국내에서 16-20위권을 오르내린다.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회장은 다니엘 피어스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는
이 회사는 다른 펀드들과 달리 오히려 한국에서 더 유명하다.

컨트리펀드(Country Fund)의 대명사가 된 코리아펀드(KF)의 성공적인
운용 때문이다.

스커더는 코리아펀드의 성공으로 일약 명성을 얻어 아시아 아프리카등
이른바 이머징마켓에서 지명도가 높다.

국제펀드(Global Fund)운용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90년대들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뮤츄얼펀드의 운용실적을 평가하는 "모닝스타 뮤추얼펀드"지의 발행인인
돈 필립스는 "스커드는 국제부문에서 최고다. 90년대는 스커드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커더사의 한국물에 대한 투자는 코리아펀드 7억 5,000만달러를 비롯,
총11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커더가 기본분석에 입각한 장기보유전략은 코리아펀드의 운용내역에서도
알수 있다.

지난해 9월 현재 코리아펀드의 10대 보유주식은 삼성전자, 한국이동통신,
삼성화재보험, 현재자동차써비스, 금강, 제일제당, 한국장기신용은행,
한국타이어, 한솔제지, 유공등 업종대표주들이다.

이를 93년의 10대보유주식과 비교하면 삼성전기가 빠지고 유공이 들어갔을
뿐 나머지는 전부 같다.

현대자동차써비스, 삼성전자, 삼성전관, LG전자등은 10년 넘게 장기보유
하고 있다.

또 코리아펀드의 지난해 연평균회전율이 18-20%에 불과했다.

아무리 높아도 평균회전율이 40%를 넘지 않는다.

국내투신사들의 수익증권 회전율이 최소 250-300%인 것과 비교하면
스커더가 얼마나 장기보유하는지를 쉽게 알수 있다.

일견 답답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수익률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코리아펀드는 84년 창설이래 연평균 24.5%의 만만찮은 수익률을 올렸다.

93년에는 56.76%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로 종합주가지수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때도
코리아펀드는 4.5%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같은 수익률의 원천은 물론 철저한 연구.조사에서 비롯된다.

100명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60명의 분석가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평균 16년씩 기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보수적인 투자행태탓에 다른 펀드나 투자회사들처럼 스타급 펀드매니저는
없다.

그렇지만 스커더의 강점은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 팀플레이에 있다.

스커더는 해당투자지역의 현지인을 펀드매니저로 고용한다.

현지 언어나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투자효율도 올릴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스커더사의 부사장이면서 코리아펀드의 실질적인 운용을 담당하는
존 리(한국명 이정복)도 교포출신이다.

스커더는 급변하는 세계금융시장에서 정통파투자로 입지를 굳힌 특별한
존재로 볼 수 있다.

<백광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