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을 기점으로 승용차시장에서는 기아를 제쳤다.

올하반기 군산 상용차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기아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대우자동차)

"대우의 티코열풍만 사그라들면 풀라인업 체제를 구축한 우리와
그렇지못한대우와의 격차는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간 2위 쟁탈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물론 자동차시장 전체로 보면 대우는 아직 기아의 적수가 되지못한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기아의 내수시장 점유율(자동차협회 통계자료)은
28.4%(441,532대).

이에비해 대우는 16.5%(256,458대)에그쳤다.

올 1.4분기에도 기아(28.6%)는 대우(17.5%)와 10%포인트이상의 격차를
유지했다.

하지만 승용차만 놓고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우는 지난4월에 2만5천9백18대를 팔아 2만5천7백21대에 그친 기아를
3위로 밀어냈다.

박빙의 리드이긴 지난 94년이후 15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아를 제쳤다는
점에서 대우는 대단히 고무돼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의 추격전은 판매신장률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1.4분기중 대우의 판매신장률은 17.4%였던 반면 기아는 9.3%에
그치고 있다.

대우는 이같은 신장세에 힘입어 기아를 제치고 2위탈환은 물론
난공불락인"현대 따라잡기"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티코가 기아의 소형차 발목을 잡아 주면 내년부터는 르망의 후속모델
("T-100")과 에스페로의 후속모델("J-100")을 앞세워 배기량 1천5백cc에서
부터 1천8백cc급으로까지 대우차의 열풍을 확대시킨다는 게 대우측의
계산이다.

그러나 기아의 시각은 정반대다.

티코열풍이 사라지면 대우의 약진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릴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우는 경차와 뉴프린스외에 경쟁력을 갖춘 차종이 없는데 비해 우리는
프라이드와 스포티지의 왜건형 차종이 나오고 있는데다 내년에 경차도
선보일예정이어서 대우의 신장세를 잠재우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영업담당
P이사)이라는 것이다.

승용차부문에서 불붙은 기아와 대우간의 2위 자리다툼은 최근 상용차와
해외시장 진출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대우는 군산상용차 공장규모를20만대이상으로 확충하는데 이어 동유럽
현지공장에서 가격경쟁력이있는 상용차를 국내에 반입해 현대 기아와
"한판승부"를 벌인다는 청사진까지 마련해놓은 상태이다.

기아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독점적인 국민차 생산메이커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동남아시장공략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불안한 2위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아와 2위 탈환에 주력하고 있는 대우.

두 업체간의 공방전은 내수시장이라는 "국지전"에서 앞으로는 누가
해외에 공장을 더 많이 짓느냐하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