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C 대경쟁시대] (2) LG그룹 기조실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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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대경쟁 레이스"에서 가장 도전적 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초 인도네시아 발리까지 날아가 총력행사(스킬올림픽)를 가졌던
LG는 최근 "도약 2005"도 선포했다.
말하자면 21세기 비전이다.
비전이지만 여기에 쓰인 용어들은 "비약적 성장전략 추구" "세계최고
수준의 성장역량 획득.선점" "성과실현 문화의 정착과 높은 성과를
내는 리더의 확보" 등 하나같이 도전적인 낱말들 뿐이다.
그룹 창립기념일도 그룹의 모태인 LG화학 설립일에서 "도약 2005"선포일로
바꿔버릴 정도로 LG는 이 비전에 배수진을 치고 있다.
뉴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하다.
아니, LG 스스로 뉴스메이킹에 신경을 쓰는지도 모른다.
"잠자는 그룹"이라던 한 때의 이미지가 구본무회장체제 1년여만에
말끔히 씻겨진 듯한 느낌이다.
"21세기 LG"를 챙기고 있는 이문호 회장실 사장을 만나봐도 온통
도전적인 얘기 뿐이다.
*********************************************************************
** 만난사람 : 유화선 < 부국장대우 / 산업1부 >
-밖에서 보기엔 LG만큼 21세기를 의식하는 그룹도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문호사장 = 항상 그래왔지만 지금이야말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대라고 봅니다.
멀티미디어 등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신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신산업 물결을 제대로 타면 기회고,까딱 잘못하면 위기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렇지요.
-21세기 모토는 무엇입니까.
목표도 정해져 있을 텐데요.
<>이사장 = 몇가지 있습니다만 21세기 대경쟁시대의 모토는 역시
"세계적 관점에서의 경쟁"이 돼야겠지요.
그런 모토하에 "1등 기업"이 LG가 추구하는 목표지요.
-1등 1등 하지만 지난해 LG의 외형은 50조원 정도에 불과했지요.
현대나 삼성의 70% 규모로 정말 1등 달성이 가능할까요.
<>이사장 = 꼭 금액으로 1등을 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1등을 하겠다는 겁니다.
"질"에서 승부를 내는 게 중요하겠지요.
-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질의 추구가 가능하리라 봅니까.
<>이사장 = 질을 추구한다고 량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LG의 "도약 2005" 경영구상에서 목표연도 매출액을 3백조원으로 잡은게
이를 반증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20~25%씩 성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목표달성 복안도 있을텐데요.
<>이사장 = 신사업을 벌려야죠.
M&A가 되도 좋고 신규 진출을 해도 좋고요.
기회가 있으면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입니다.
LG가 PCS(개인휴대통신)사업 신청을 해놓고 한국중공업이나 가스공사
등 공기업 인수 추진을 공개 선언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신규사업 업무를 전담하는 전략사업개발단을 회장 직속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업을 많이 벌리려면 문제는 돈 아닙니까.
PCS에 계획하고 있는 돈만도 8천5백억원이고 한중은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이거든요.
얼마전엔 3천5백억원을 들여 데이콤 주식을 인수했고요.
자금조달 계획은 서 있습니까.
<>이사장 = 현재 우리 능력으로 이들 사업을 소화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간 경영혁신을 추진한 결과 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이 좋았거든요.
재무구조도 견실하고요.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경영은 반드시 투자수익을
고려해야겠지요.
앞으로 황금알을 낳을 사업이라 해도 알을 낳기 전에 수익력 위기
(cash flow crisis)를 맞으면 곤란하지요.
영화산업이 장래 유망하다고 소니와 마쓰시타가 미국의 영화사를
사들였다가 그만 손들고 말았던 것도 다 장래이익에만 집착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사장 = LG는 그 점만은 큰 걱정을 않고 있습니다.
캐시플로우(cash flow)를 확보하는 쪽으로 경영의 대원칙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최근들어선 그룹 차원에서 현금흐름에 무게 중심을 둔 VBM을
채택하고 투자결정도 VBM을 근거로 하니까 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이사장 = VBM은 "Value Based Management"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기업가치창조형 경영이라고 할까요.
한마디로 대차대조표(B/S)상의 손익이 아닌 미래의 손익을 현재의
가치로 따져 경영에 임하는 것이지요.
미국 MIT대학의 톰 코플랜드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VBM을 하려면 저수익 사업이나 자산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만.
<>이사장 =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적자사업이나 한계사업은 과감하게 철수시킬 작정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비록 지금은 괜찮다손 치더라도 장기적으로 동업계에서
최고를 달성하기 어려운 사업을 스크랩하는 방안도 강구할 겁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LG=공격경영"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도 아니군요.
<>이사장 = LG에선 "공격경영"이란 말을 쓴 적은 없습니다.
그냥 "적극경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구본무회장이 쓰는 말도 "적극경영"입니다.
-그룹 총수가 2, 3세로 넘어가면 "확장"보다는 "수성"에 신경을 쓰는게
상식처럼 돼 있지요.
그런데 왜 적극경영이고 공격경영이죠.
비단 LG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사장 = 요즘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고객만족 경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지요.
시장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보수적이고 소극적이어서
되겠습니까.
수성을 위해서도 적극경영이 필요하지요.
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성장않는 기업은 이미 죽은 기업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주변 환경에 적응만 하려들다가는 뒤처지고 도태될 수 밖에 없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 LG는 계승주의 보다는 창업주의 경영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적극경영"은 일을 많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LG맨들은
"놀토(노는 토요일)"니 "일토(일하는 토요일)"니 해서 격주 토요휴무제를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갖고도 적극경영이 가능한가요.
<>이사장 = "놀토"와 "적극 경영"은 별개의 사안입니다.
사실 토요일에 출근해봤자 근무시간이 오전 9시에서 낮 12시까지
4시간에 불과합니다.
어정쩡하다는 얘기지요.
그럴 바에야 일할 때 바짝하고 쉴 때는 푹 쉬는 게 훨씬 능률적입니다.
격주휴무는 또 시대흐름이기도 합니다.
적극 경영을 한다고 해서 시대조류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지요.
-새 회장 취임이후 60대 이상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물러난 것도
시대흐름에 맞춘 건가요.
<>이사장 =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룹내 분위기가 "좀 젊어져
보자"는 쪽에 컨센서스가 모여져 있는 것 만은 분명합니다.
원로들의 경륜도 좋기는 하지만 새로운 힘은 젊음에 있지 않겠습니까.
당분간은 좀 젊은 활력을 얻자는 거지요.
LG의 경우 신임 회장이 들어서고 나서 한 20년 쯤은 젊어졌을 겁니다.
-적극 경영으로 LG의 전통을 해친 경우는 없습니까.
칼텍스 GE(제너럴 일렉트릭) 히타치 같은 외국 주요거래선과의 끈끈한
관계, 그리고 그룹 양대주주인 "구.허"양 가문의 동업경영 등등 "합작.협력
경영"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을 텐데요.
<>이사장 = 전혀 아니예요.
경영의 대전제를 "신의"에 두고 있는만큼 그런 일은 결단코 없을
겁니다.
양대 가문의 동업경영만 해도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확고합니다.
구자경명예회장께서 작년 2월 그룹회장에서 물러나시기 직전 회장실
임원들을 불러다가 회고담을 들려주신 적이 있는데 "항상 남을 존중하고
나 자신이 조금씩 양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영을 해왔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렇다면 새 회장 취임이후 실시한 "협력업체 공개모집"이나 "주주
및 임직원 관련 거래처 조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보기에 따라서는 그동안 맺어 온 거래업체와의 신의를...
<>이사장 = 그건 주주나 임직원들과 특수관계에 있는 거래처가 부당한
거래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런 조치는 오히려 신의를 지키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친인척 거래선이 몇%나 되는 걸로 나타났습니까.
<>이사장 = 조금 나왔어요.
주주 뿐 아니라 임직원도...아뭏든 혈연.지연.학연에 의한 부당거래는
절대로 없애겠다는 게 구본무회장의 확고한 방침입니다.
-그것이 LG의 "정도경영"인가요.
<>이사장 = "바로 가는 것"이 정도경영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겠지요.
길게 봐서 정직한 기업이 안되면 사회가 용납을 안할 겁니다.
우리 그룹에는 제 아무리 좋은 성과를 달성했더라도 방법이 부당했을
경우에는 칭찬이 아니라 질책을 받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지요.
-그래서인지 LG맨들은 신사라고들 하지요.
그러나 경영에선 반드시 신사가 좋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독일의 귄터 오거는 "독일 경영인"이라는 책에서 독일의 경영인을
"무능한 신사양반"이라고 꼬집고 경영인의 정신적 혁명없이는 독일경제의
앞날이 어둡다고 지적했습니다만.
<>이사장 = LG경영인은 유능한 신사입니다.
세계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한계돌파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도 확립했습니다.
-한계능력 돌파를 위해선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까.
<>이사장 = 첫째 제로 베이스에서 경영상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둘째 이를 바탕으로 가설적 해결방안을 설정한 뒤 이를 확인하는 테스트와
실험을 활용하는 등 사실에 근거해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세째 동일산업분야 뿐 아니라 다른 산업분야로 벤치마킹 범위를
확대하고, 네째 세계 최고수준의 한계돌파능력을 개발해 이를 경영자간에
공유한다는 것이지요.
-하루에 회장은 몇번이나 만납니까.
<>이사장 = 한 두번 정도...중요한 보고사항이 있으면 더 자주 뵙기도
하고요.
-(회장과)두 분이서 한번 취해 본 적도 있습니까.
<>이사장 = 회장을 모시고 술을 자주 합니다만 우리 회장은 약주가
센 편이고 저는 좀 약합니다.
다행히 회장은 술 자리에서도 "자율 음주"원칙을 지키는 분이라 술을
강권하지 않아 좋습니다.
-회장 자랑좀 해 주시지요.
<>이사장 = 되도록 남의 얘기에 귀를 많이 기울이는 분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혼자서 하지 않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스타일이지요.
-회장실 사장으로서의 수칙은 어떤 겁니까.
LG에는 명예회장이나 고문들이 많고 해서 모실 분도 꽤 될 텐데...
<>이사장 = 특별한 수칙이 있을 게 있나요.
밑에는 일을 잘 할 수 있게 해주고,새로운 아이디어를 수렴해서 윗분들이
판단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밖에는...그리고 회장 외에는
모실 일이 별로 없어요.
다들 혼자서 자기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거든요.
명예회장은 한달에 한두번 뵙는데, 주로 점심을 모시는 정돕니다.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그룹 일을 일체 알려고도 하지 않으시거든요.
참 대단한 분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
올초 인도네시아 발리까지 날아가 총력행사(스킬올림픽)를 가졌던
LG는 최근 "도약 2005"도 선포했다.
비전이지만 여기에 쓰인 용어들은 "비약적 성장전략 추구" "세계최고
수준의 성장역량 획득.선점" "성과실현 문화의 정착과 높은 성과를
내는 리더의 확보" 등 하나같이 도전적인 낱말들 뿐이다.
그룹 창립기념일도 그룹의 모태인 LG화학 설립일에서 "도약 2005"선포일로
바꿔버릴 정도로 LG는 이 비전에 배수진을 치고 있다.
아니, LG 스스로 뉴스메이킹에 신경을 쓰는지도 모른다.
"잠자는 그룹"이라던 한 때의 이미지가 구본무회장체제 1년여만에
말끔히 씻겨진 듯한 느낌이다.
도전적인 얘기 뿐이다.
*********************************************************************
** 만난사람 : 유화선 < 부국장대우 / 산업1부 >
-밖에서 보기엔 LG만큼 21세기를 의식하는 그룹도 없는 것 같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문호사장 = 항상 그래왔지만 지금이야말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대라고 봅니다.
멀티미디어 등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신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신산업 물결을 제대로 타면 기회고,까딱 잘못하면 위기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렇지요.
-21세기 모토는 무엇입니까.
목표도 정해져 있을 텐데요.
<>이사장 = 몇가지 있습니다만 21세기 대경쟁시대의 모토는 역시
"세계적 관점에서의 경쟁"이 돼야겠지요.
그런 모토하에 "1등 기업"이 LG가 추구하는 목표지요.
-1등 1등 하지만 지난해 LG의 외형은 50조원 정도에 불과했지요.
현대나 삼성의 70% 규모로 정말 1등 달성이 가능할까요.
<>이사장 = 꼭 금액으로 1등을 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1등을 하겠다는 겁니다.
"질"에서 승부를 내는 게 중요하겠지요.
-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질의 추구가 가능하리라 봅니까.
<>이사장 = 질을 추구한다고 량을 무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LG의 "도약 2005" 경영구상에서 목표연도 매출액을 3백조원으로 잡은게
이를 반증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20~25%씩 성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목표달성 복안도 있을텐데요.
<>이사장 = 신사업을 벌려야죠.
M&A가 되도 좋고 신규 진출을 해도 좋고요.
기회가 있으면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입니다.
LG가 PCS(개인휴대통신)사업 신청을 해놓고 한국중공업이나 가스공사
등 공기업 인수 추진을 공개 선언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신규사업 업무를 전담하는 전략사업개발단을 회장 직속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업을 많이 벌리려면 문제는 돈 아닙니까.
PCS에 계획하고 있는 돈만도 8천5백억원이고 한중은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이거든요.
얼마전엔 3천5백억원을 들여 데이콤 주식을 인수했고요.
자금조달 계획은 서 있습니까.
<>이사장 = 현재 우리 능력으로 이들 사업을 소화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간 경영혁신을 추진한 결과 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이 좋았거든요.
재무구조도 견실하고요.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경영은 반드시 투자수익을
고려해야겠지요.
앞으로 황금알을 낳을 사업이라 해도 알을 낳기 전에 수익력 위기
(cash flow crisis)를 맞으면 곤란하지요.
영화산업이 장래 유망하다고 소니와 마쓰시타가 미국의 영화사를
사들였다가 그만 손들고 말았던 것도 다 장래이익에만 집착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사장 = LG는 그 점만은 큰 걱정을 않고 있습니다.
캐시플로우(cash flow)를 확보하는 쪽으로 경영의 대원칙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최근들어선 그룹 차원에서 현금흐름에 무게 중심을 둔 VBM을
채택하고 투자결정도 VBM을 근거로 하니까 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이사장 = VBM은 "Value Based Management"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기업가치창조형 경영이라고 할까요.
한마디로 대차대조표(B/S)상의 손익이 아닌 미래의 손익을 현재의
가치로 따져 경영에 임하는 것이지요.
미국 MIT대학의 톰 코플랜드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VBM을 하려면 저수익 사업이나 자산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만.
<>이사장 =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적자사업이나 한계사업은 과감하게 철수시킬 작정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비록 지금은 괜찮다손 치더라도 장기적으로 동업계에서
최고를 달성하기 어려운 사업을 스크랩하는 방안도 강구할 겁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LG=공격경영"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도 아니군요.
<>이사장 = LG에선 "공격경영"이란 말을 쓴 적은 없습니다.
그냥 "적극경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구본무회장이 쓰는 말도 "적극경영"입니다.
-그룹 총수가 2, 3세로 넘어가면 "확장"보다는 "수성"에 신경을 쓰는게
상식처럼 돼 있지요.
그런데 왜 적극경영이고 공격경영이죠.
비단 LG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사장 = 요즘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고객만족 경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지요.
시장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보수적이고 소극적이어서
되겠습니까.
수성을 위해서도 적극경영이 필요하지요.
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성장않는 기업은 이미 죽은 기업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주변 환경에 적응만 하려들다가는 뒤처지고 도태될 수 밖에 없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 LG는 계승주의 보다는 창업주의 경영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적극경영"은 일을 많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LG맨들은
"놀토(노는 토요일)"니 "일토(일하는 토요일)"니 해서 격주 토요휴무제를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갖고도 적극경영이 가능한가요.
<>이사장 = "놀토"와 "적극 경영"은 별개의 사안입니다.
사실 토요일에 출근해봤자 근무시간이 오전 9시에서 낮 12시까지
4시간에 불과합니다.
어정쩡하다는 얘기지요.
그럴 바에야 일할 때 바짝하고 쉴 때는 푹 쉬는 게 훨씬 능률적입니다.
격주휴무는 또 시대흐름이기도 합니다.
적극 경영을 한다고 해서 시대조류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지요.
-새 회장 취임이후 60대 이상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물러난 것도
시대흐름에 맞춘 건가요.
<>이사장 =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룹내 분위기가 "좀 젊어져
보자"는 쪽에 컨센서스가 모여져 있는 것 만은 분명합니다.
원로들의 경륜도 좋기는 하지만 새로운 힘은 젊음에 있지 않겠습니까.
당분간은 좀 젊은 활력을 얻자는 거지요.
LG의 경우 신임 회장이 들어서고 나서 한 20년 쯤은 젊어졌을 겁니다.
-적극 경영으로 LG의 전통을 해친 경우는 없습니까.
칼텍스 GE(제너럴 일렉트릭) 히타치 같은 외국 주요거래선과의 끈끈한
관계, 그리고 그룹 양대주주인 "구.허"양 가문의 동업경영 등등 "합작.협력
경영"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을 텐데요.
<>이사장 = 전혀 아니예요.
경영의 대전제를 "신의"에 두고 있는만큼 그런 일은 결단코 없을
겁니다.
양대 가문의 동업경영만 해도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확고합니다.
구자경명예회장께서 작년 2월 그룹회장에서 물러나시기 직전 회장실
임원들을 불러다가 회고담을 들려주신 적이 있는데 "항상 남을 존중하고
나 자신이 조금씩 양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영을 해왔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렇다면 새 회장 취임이후 실시한 "협력업체 공개모집"이나 "주주
및 임직원 관련 거래처 조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보기에 따라서는 그동안 맺어 온 거래업체와의 신의를...
<>이사장 = 그건 주주나 임직원들과 특수관계에 있는 거래처가 부당한
거래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런 조치는 오히려 신의를 지키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친인척 거래선이 몇%나 되는 걸로 나타났습니까.
<>이사장 = 조금 나왔어요.
주주 뿐 아니라 임직원도...아뭏든 혈연.지연.학연에 의한 부당거래는
절대로 없애겠다는 게 구본무회장의 확고한 방침입니다.
-그것이 LG의 "정도경영"인가요.
<>이사장 = "바로 가는 것"이 정도경영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겠지요.
길게 봐서 정직한 기업이 안되면 사회가 용납을 안할 겁니다.
우리 그룹에는 제 아무리 좋은 성과를 달성했더라도 방법이 부당했을
경우에는 칭찬이 아니라 질책을 받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지요.
-그래서인지 LG맨들은 신사라고들 하지요.
그러나 경영에선 반드시 신사가 좋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독일의 귄터 오거는 "독일 경영인"이라는 책에서 독일의 경영인을
"무능한 신사양반"이라고 꼬집고 경영인의 정신적 혁명없이는 독일경제의
앞날이 어둡다고 지적했습니다만.
<>이사장 = LG경영인은 유능한 신사입니다.
세계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한계돌파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도 확립했습니다.
-한계능력 돌파를 위해선 어떤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까.
<>이사장 = 첫째 제로 베이스에서 경영상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둘째 이를 바탕으로 가설적 해결방안을 설정한 뒤 이를 확인하는 테스트와
실험을 활용하는 등 사실에 근거해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세째 동일산업분야 뿐 아니라 다른 산업분야로 벤치마킹 범위를
확대하고, 네째 세계 최고수준의 한계돌파능력을 개발해 이를 경영자간에
공유한다는 것이지요.
-하루에 회장은 몇번이나 만납니까.
<>이사장 = 한 두번 정도...중요한 보고사항이 있으면 더 자주 뵙기도
하고요.
-(회장과)두 분이서 한번 취해 본 적도 있습니까.
<>이사장 = 회장을 모시고 술을 자주 합니다만 우리 회장은 약주가
센 편이고 저는 좀 약합니다.
다행히 회장은 술 자리에서도 "자율 음주"원칙을 지키는 분이라 술을
강권하지 않아 좋습니다.
-회장 자랑좀 해 주시지요.
<>이사장 = 되도록 남의 얘기에 귀를 많이 기울이는 분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혼자서 하지 않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스타일이지요.
-회장실 사장으로서의 수칙은 어떤 겁니까.
LG에는 명예회장이나 고문들이 많고 해서 모실 분도 꽤 될 텐데...
<>이사장 = 특별한 수칙이 있을 게 있나요.
밑에는 일을 잘 할 수 있게 해주고,새로운 아이디어를 수렴해서 윗분들이
판단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밖에는...그리고 회장 외에는
모실 일이 별로 없어요.
다들 혼자서 자기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거든요.
명예회장은 한달에 한두번 뵙는데, 주로 점심을 모시는 정돕니다.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그룹 일을 일체 알려고도 하지 않으시거든요.
참 대단한 분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