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은행장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인지를 뚜렷이 밝히지 않고
있고 재정경제원도 "이번 사건은 제일은행의 문제일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건이 그리 간단하게 끝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특히 검찰이 효산그룹및 이행장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면서 우성건설과 다른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수사여부에
따라선 사정바람이 금융권 전체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은행감독원등 감독당국에서도 이미 은행장을 포함한 상당수 은행임원들에
대한 대출부조리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래저래
금융계 사정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금융계에서는 은행경쟁력강화가 시급한 마당에 사회기강확립차원에서
임기가 남은 은행장들을 사법처리하거나 중도퇴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정바람이 가급적 빨리 마무리지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파장이 이철수행장 하나로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은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는 조짐이다.
검찰은 이날 이행장에게 커미션을 건넨 혐의로 우성건설관계자를 소환한데
이어 효산그룹과 관련된 서울은행관계자들도 조만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처럼 수사를 확대, 마음먹고 대출부조리를 캐고 들면 은행들의
대출관행상 상당수 은행장들이 상처를 입을수 밖에 없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당장 우성건설 등의 관계자가 소환된 만큼 제일은행 내부에서 다칠 사람이
더 나올 것이고 사태진전 여부에 따라 다른 금융기관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
도 있다.
이와함께 총선직후부터 금융권 내사설이 끊이지 않고 나돌고도 있다.
금융계에서는 이와관련해 "이행장외에 그동안 비리구설수에 올랐던 대형
시중은행장 한명이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사정당국에서 그동안 접수된 투서와 골프장 출입리스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물증확보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이행장은 대출청탁을 일삼아온 정치권 인물을 처리
하기 위한 과정에서 희생양이 됐다"며 사정바람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측도 "금융권 전체에 대한 제2사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재경원
도 ''제일은행의 문제''로 국한시키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세우는데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개방과 금융자율화의 진전으로 은행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인 만큼 금융권 전체를 대상으로한 기획성 사정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금융기관 스스로가 대출부조리 근절책을 실천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