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멘트 재고가 이달 중순께 바닥 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건설 성수기에 시멘트 파동마저 우려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재고는 4월말 현재 2백16만5천t.
작년 같은기간의 2백84만6천t보다 68만t 정도가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포함한 양이다.

클링커를 빼고 시멘트 순수재고만 따지면 현재 70-80만t에 그친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 정도면 이달 중순쯤 시멘트 재고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예년에 비해 시멘트 재고 소진 속도가 40-50일 정도 빠른 것이다.

한참 건설 성수기에 시멘트가 부족해 공사를 미룰 수 밖에 없는 사태가 염
려되고 있다.

그래서 레미콘업체들은 벌써부터 시멘트 조기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벌써 전남.북등 일부 지역에선 시멘트 재고가 떨어져 레미콘 업체들이 가동
률을 50%로 줄이고 있다.

올해 시멘트 재고가 이렇게 일찍 바닥나는 것은 비수기인 지난 겨울에 재고
를 충분히 쌓지 못한데다 3월이후 시멘트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지난해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레미콘 업체들이 시멘
트를 엄격히 정량 사용하면서 겨울철 재고를 전년보다 40-50만t이나 적게 쌓
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월말 시멘트 재고는 3백79만7천t으로 작년 2월말의 4백20만1
천t보다 크게 적었다.

게다가 지난 1, 2월중 하루 10만t 정도씩 나가던 시멘트 출하가 3월부터 20
만t씩으로 크게 늘면서 재고소진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런 수급상황을 반영해 대한건설협회는 금년중 시멘트 업체들이 생산시설
을 완전 가동하더라도 1백47만t 정도의 시멘트가 부족할 것이라고 최근 분석
했다.
국내 시멘트 수급차질은 곧바로 레미콘 업체와 건설업계에 타격을 미친다.

박우식레미콘협회상무는 "국내 건설공사에 쓰이는 레미콘은 현재 하루 20만
t에 달하지만 레미콘용 벌크시멘트 생산은 8만t에 불과해 매일 12만t의 과부
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에 따라선 웃돈을 주고도 시멘트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진성레미컨의 김진국서울사무소장은 "4월부터 시멘트 부족 현상이 심화돼
시멘트회사에 벌크트럭이 줄을 서고 있는 형편"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5월
이후엔 각 공사장의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멘트 공급부족의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양회공업협회 관계자는 "올들어 성신양회와 한라시멘트등 일부 회사가 증설
에 나섰지만 완공은 내년이후로 잡혀있어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근엔
시멘트 수입물량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급부족을 메울 마땅한 대책
이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업계에선 올해 시멘트 수급차질이 지난 90년대초 정도의 극심한 파동
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급동향으로 볼때 5-6월 고비만 넘기면 장마철에 재고를 다시 쌓아 올해는
그런대로 보낼 수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업계관계자들은 "일시적이더라도 시멘트 공급부족은 부실공사를
부르기 일쑤"라며 "외국산 시멘트의 수입촉진등 국내 시멘트 수급안정 대책
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