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이끌어온 한글과컴퓨터
(대표 이찬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컴은 인터넷서비스 인력과 기술을 6월1일부로 두산정보통신에 넘기기로
하고 5월6일 계약을 체결한다.

작년말에 시작한 인터넷서비스사업이 반년만에중도하차한 것이다.

한컴이 인터넷서비스사업을 두산에 양도한 것은 지난해 한국IBM에
지분 5.9%를 매각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자금부족으로 대기업의 자본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이 두 사례를 전략적 제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컴도 인터넷서비스사업의 양도는 자금부족때문이었다고
털어놓고있다.

한컴의 자금난은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 89년 워드프로세서 전문업체로 설립된 한컴은 종합소프트웨어업체로
도약키 위한사업확장에 나서면서 많은 돈이 소요됐다는 지적이다.

한컴은 작년에 나라소프트를 인수하는등 지금까지 3개사를 합병했다.

특히 지난해말에는 유통업체인 한컴서비스와 출판사인 한컴프레스를
별도법인으로 설립했다.

한컴서비스의 경우 올해 예상매출액이 2백60억원으로 한컴 본사의
2백50억원을 웃돌아 외형상 소프트웨어 개발보다는 유통에 비중을 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윈도를 운영체계(OS)로 하는 시장에 뒤늦게 진출하는등 기술변화에
발빠른 대응을 못한 것도 한컴의 자금난을 가져온 요인으로 풀이된다.

도스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기 때문에 윈도용 워드프로세서
개발을 늦춰 윈도시장에서 종전과 같은 위치를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윈도시장은 윈도 3.1이 도입된지 1년후인 94년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용 워드프로세서로 국내시장 공략을 본격화
한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한컴은 지난해 3월에 윈도용 아래아한글을 내놓았다.

OS라는 플랫폼이 바뀌면 그 위에서 돌아가는 워드프로세서같은
응용소프트웨어도 변화를 겪는다.

때문에 플랫폼의 변화에 제때 대응 못한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8비트 OS시대에서 세계워드프로세서시장의 90%를 차지한 워드스타가
16비트 OS시대에서 워드퍼펙트에 그 자리를 넘겨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한컴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작년말 윈도95시대가 열리는 것과동시에 윈도95용 워드프로세서를
출시한 것과 인터넷이 플랫폼으로 떠오르는데 맞춰 인터넷접속기능을
강화한 워드프로세서를 오는 6월 내놓기로 한것은뒤늦게나마 한컴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한 것으로 보인다.

외제 SW가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우리기술의
자존심을 지켜온 한컴이 거듭나려면 발빠른 기술대응과 함께 핵심사업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