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일의 로마네스크양식 건물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70년만에 원설계 도면대로 완공됐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구장 정철범)가 94년7월부터 약2년에 걸친
서울주교좌성당 증축공사를 마무리, 5월2일 축성식을 갖는다.

성공회 서울성당 (서울 정동)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당시 조선교구장
이었던 조마가 (Mark Trollope) 주교의 지휘아래 국내신자 모금 및 영국
성공회 지원금으로 건립됐다.

당초 영국인 건축가 아서 딕슨 (Arthur Dixon)에 의해 "장십자형"으로
설계됐지만 물자및 자금 부족으로 양쪽 날개와 아래쪽 십자가부분을
짓지 못한 미완성건물로 준공, 사용해왔다.

그러다 78년 성당이 서울시 지방무형문화재 35호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이를 원설계 도면대로 완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그러나 지방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원설계도면 없이 증축하면 오히려
외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서울시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던중 93년 7월
서울을 찾은 한 영국관광객이 자신의 근무처인 렉싱턴지역도서관에서
서울대성당의 설계도면을 본 것같다고 밝힘으로써 증축계획이 급진전
됐다.

결국 그곳에서 아서 딕슨이 그린 서울대성당 초기 스케치에서 본설계에
이르는 각종 도면을 찾아낸 끝에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 94년 7월 본격적인
증축공사에 들어가 이번에 완공을 보게됐다.

시공을 맡은 (주)대우는 70년전 서울대성당 건립양식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벽돌을 당시 방식대로 제작한 것은 물론 석재도 기존건물의 강화
산석재와 색상과 성분 등이 비슷한 중국 청도산 석재를 구해 사용했다.

총 60억원을 들여 전체 3층건물로 완성된 서울대성당은 지상건평만
920평으로 기존의 건물 (318평)보다 3배나 넓어졌다.

지상에는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성당과 소성당 사제실 세미나실
등이 들어서며 1,238평의 지하층은 각종 사무실과 교육실 식당 등으로
사용된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가톨릭 명동대성당은 우리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두곳 모두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돼있다.

한편 대한성공회 서울교구는 서울대성당 축성행사준비위원회 (최기준
신도회장)와 함께 5월1일 오후 7시 전야제를 시작으로 2일 오전 11시
축성식 및 리셉션, 4일 오후5시 축하음악회, 5일 11시 축성기념어린이잔치
등의 기념행사를 마련,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크풍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을 일반에 선보인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