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이 노년층의 골다공증 비만 갱년기장애 성기능저하 우울증 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나왔다.

성장호르몬은 항노화호르몬의 하나로 대략 40세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55세에 이르면 20대에 가졌던 양의 절반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성장호르몬을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투여하면 노화방지의 효과가 뚜렷하다는 것.

경희대 의대 김성운교수(내분비내과)는 94년 이후 65세 이상의 여성노인
40명에게 체중 1kg당 성장호르몬 0.05단위를 1주일에 3회씩 6개월간 투여한
결과 허리척추의 골밀도가 평균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65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들은 골밀도(칼슘 인 등의 무기질과 콜라겐등의
교질을 합친 골질량/골면적=g/제곱센티)가 0.84로서 방치해둘 경우 6개월
동안 0.78까지 낮아질수 있다.

그런데 김교수가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할머니들은 골밀도가 평균
0.86으로 증가했다.

이는 40대 여성의 평균 골밀도가 0.80인 것에 비할때 적지 않은
증가폭이다.

김교수는 이번 추적조사결과 허리뼈를 제외하고 모든 뼈의 골밀도가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골질량의 감소를 예방하는 효과는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은 노화가 진행되면 점차 감소한다.

성장호르몬은 성장에만 관련있는 호르몬이 아니다.

예컨대 사춘기 이후 40대까지 거의 동일한 양의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럼에도 사춘기가 끝나면 키가 거의 크지 않는 것은 성호르몬이
성장호르몬의 작용을 압도해 관절부위에서 뼈를 자라게 하는 원반형의
성장판을 닫게 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김교수는 "성장호르몬은 탄수화물과 지방의 대사를 촉진하는데 인슐린과
반대로 혈당을 높이고 지방세포에 쌓여 있는 지방을 분해하는 작용이 있다"
고 말했다.

또 "저혈당도 스트레스의 하나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볼수 있으며 지방을 분해하므로 비만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장호르몬을 맞은 여성노인중 비만한 10명에서는 복부지방이
분해돼 허리둘레가 평균 10.5cm 감소했고 체중도 4~5kg 줄었다.

또 호르몬을 6개월 투여했더니 근육이 평균 5% 증가했다.

이처럼 과체중이 줄어 퇴행성 관절염 등이 생긴 양쪽 무릎에 하중을
덜받게 되고 근력도 증가한 덕택에 힘겨워 하던 계단 오르내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특히 치료대상의 90%가량에서 우울증과 불면증이 사라졌고 성에 대한
욕구가 되살아났으며 일부는 우리춤이나 볼룸댄스를 배우러 다니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는게 김교수의 치료경험이다.

김교수는 현재 나와있는 골다공증 치료제로 칼슘제는 위장관에서
소화되기 어렵고 위장장해를 일으키며 칼시토닌과 비타민D는 단지 칼슘의
유실을 막아주는 작용이 있는데 반해 성장호르몬은 미약하나마 뼛속
칼슘량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량의 불소가 칼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성장호르몬과
같이 정상적인 골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노인의 항노화치료에는 왜소증 어린이 치료에 쓰이는
성장호르몬 양의 2분의1~3분의1을 쓰며 부작용으로 부종이 생길수
있는데 용량을 조절하면 쉽게 가라앉는다"고 말하고 "성장호르몬은
여성호르몬처럼 세포증식을 촉진해 유방암등 여성암을 일으킬 우려가
전혀 없다"고 확신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보통 1년이면 충분하고 증상이 개선된후 꾸준히
적절한 식사와 운동을 실천해나간다면 여생을 건강하게 보낼수 있다는
설명이다.

치료비는 한달에 40만원 가량 든다.

<정종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