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클린턴대통령과 하시모토총리의 미.일정상회담에서는 안보에
관한 공동선언과 함께 17개항목으로 구성된 총괄문서를 채택했다.

이문서는 "경제.무역문제의 신속한 해결에 노력한다"는 표현을 담아
미.일간 현안이 되고 있는 경제분야에서 일본측이 보다 성의를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표면적으로는 경제문제로 인해 큰 마찰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재선을 의식한 클린턴대통령이 문제를 부각시키기보다는 미.일자동차협상의
타결등 자신의 성과를 어필하는데 치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과 하시모토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개별경제분야는 쉽게
해결되지 않아 앞으로 계속 협의키로 했다"고 밝힌 점이 보여주듯 보험
반도체 필름등의 분야에서는 이해가 팽팽히 엇갈렸다.

정상회담이후 마찰이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는 이들 분야를 점검해 본다.

<>.보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중간에 위치하는 상해보험 질병보험등
소위 제3분야를 둘러싸고 견해가 대립해 있다.

지난 13일까지 워싱턴에서 미.일보험교섭이 열렸지만 대치상태를 허물지
못한채 "계속 협의한다"는 선에 머물렀다.

일본측은 생.손보사가 자회사를 통해 제3분야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미국측은 제3분야보다는 생.손보시장 자체의 완전
자유화가 보다 우선적 과제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경우는 현재 행정지침등에 따라 생보사는 상해보험을, 손보사
는 질병보험을 거의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보험사들이 틈새를 뚫으면서 시장이 급성장하자 생보사는
손보자회사를, 손보사는 생보자회사를 만들어 이 시장에 진출하려 하고
있다.

외국보험사들은 이에대해 생.손보시장에 대한 참여기회는 거의 막아 놓은채
외국사들이 겨우 밥벌이를 하고 있는 제3분야만을 자유화하려는 것은
불공평할뿐아니라 외국보험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미.일반도체협정은 오는7월말로 기한이 종료되지만 미국은
협정의 연장을, 일본은 협정자체가 더이상 필요없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일본측은 반도체기업의 국적구분이 별다른 의미가 없어졌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일본기업이 설계하고 미메이커가 제작하는 "디자인인"의 경우 지난86년
5백50건에 그쳤으나 94년에는 4천8백건으로 증가하는등 미.일간 공동개발이
크게 진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도시바와 모토로라, 히타치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등 미.일간의 제휴도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측은 이를 근거로 "반도체를 미국제 일본제로 구분하는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외국제 셰어를 산출하는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민간의 협력을 보다 진전시키기 위해서도 데이터수집은
필요하며 이는 정부차원이 아니고는 할수없는 작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쥐고 있어야 압력수단으로 활용할 수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일양국정부는 일단 이달말 하와이에서 열릴 예정인 미.일반도체업계간의
민간협의를 지켜본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지만 정부의 역할을 일본측이
어느정도까지 인정할지가 최대의 초점이다.

<>.필름 =필름문제는 미코닥사가 지난해5월 "일본필름시장은 정부의 보호
아래 후지필름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USTR(미무역대표부)에 제소함으로써
비롯됐다.

코닥사는 "후지필름의 압력으로 코닥제품은 유통업체에 제대로 보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후지필름측은 "얼토당토않은 어거지
주장"이라며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

USTR는 오는7월2일을 기한으로 미통상법301조에 기초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미.일관계를 다시 긴장속에 밀어넣을 수있는 시한
폭탄이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