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정보범죄수사센터 (한봉조검사)는 16일 서울대 전산망과
정보통신부 청와대 등 10여개 국가기관의 전산망에 침입, 가입자들의
비밀번호와 일부 자료를 몰래 빼내간 추영호씨 (24.무직.강원도 속초시
교동)를 전산망보급확장및 이용촉진법 위반과 사기 혐으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부산경성대와 계명대 전산망에 침입, 34명의 가입자
비밀번호를 해독한뒤 경성대 전산시스템 기능을 마비시킨 부산 모고교
1학년 양모군 (16.부산시 남구 대연동)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그동안 천리안 등 통신망 이용자의 비밀번호를 도용해 구속된 사례는
있었지만 교육전산망 등을 통해 대학과 정부기관의 자료를 빼내는 등의
본격적인 인터넷 해킹사범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추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집에서 모뎀을 통해 나우콤
전산망에 들어가 서울대 전산원에서 운영하는 "서울대 정보광장" 등
4곳의 전산시스템에 접속, 비밀번호 파일을 몰래 빼낼수 있는 비밀번호
해독프로그램 (일명 트로이목마)으로 2백50여명의 서울대 교수.학생들의
비밀번호를 해독한뒤 이를 이용해 서울대내 7곳의 전산시스템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이들의 전자우편물 등을 몰래 열람한 혐의다.

추씨는 비밀번호를 알아낸 서울대 교수 및 학생중 천리안 하이텔
나우콤 등 상용통신망에서 동일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8명을 찾아내
이들의 비밀번호를 도용, 상용통신망을 부정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전국 컴퓨터 경진대회 수상경력을 갖고 있는 양군은 부산경성대에
재학중인 친구누나의 사용자번호(ID)와 비밀번호를 입수, 경성대 2곳의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비밀번호 해독 프로그램으로 31명의 비밀번호를
빼낸데 이어 계명대 전산망에도 침입해 3명의 비밀번호를 빼내 무단
사용해온 혐의다.

양군은 특히 지난 3월29일 상용통신망 대화방 (채팅실)에서 알게된
친구가 나우콤의 인터넷 사용자로부터 모욕적인 전자메일을 받자 경성대
전산시스템에 침입, 나우콤의 상대방에게 희롱하는 내용의 전자메일
10만건을 자동전송시키는 프로그램을 작동시켰으나 나우콤이 이를 일시에
소화하지 못해 다시 경성대로 반송되는 바람에 경성대 전산시스템의
하드디스크에 순식간에 쌓이게 함으로써 경성대 전산업무를 마비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