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우에는 반도체영업팀이 없다.

그런데도 요즘 대우는 반도체 수출가격을 수시로 체크하며 가격동향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자사의 영업때문이 아니라 경쟁사인 LG상사의 올 상반기 수출실적이 얼마나
될지를 감잡기 위해서다.

한편 LG상사는 최근 반도체가격이 떨어지면서 다른 품목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수출확대 독려에 나서고 있다.

매달 2차례씩 임원회의를 열어 수출실적을 점검하는 등 마치 비상체제에
돌입한 듯한 분위기다.

외형기준으로 각각 종합상사 3,4위인 대우와 LG가 이처럼 수출실적에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올 11월30일 무역의 날 행사때 수여될 금탑산업훈장을
의식해서다.

수출유공기업의 대표에게 주어지는 3개의 금탑산업훈장중 대기업 몫은 1개
뿐인데 대우와 LG 양쪽에서 탐을 내고 있는 것.

대우쪽에서는 강병호사장 또는 서형석회장에 대해 포상을 신청할 예정이고
LG에서는 박수환사장에 대해 포상신청을 준비중이다.

문제는 이 훈장의 수여기준.

현행 규정상 금탑산업훈장의 수상자 선정은 수출액과 수출신장율 평가를
기본으로 <>직수출비율 <>신시장개척 <>대일수출 <>기술개발업체 <>환경
관리우수업체 <>제조업체 <>유망중소기업 <>지방소재기업에 가산점을 부여
한다.

이중 수출액과 수출신장율 평가는 전년도 하반기와 당해년도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다.

올해는 95년7월이후 올 6월말까지의 실적이 기준인 셈이다.

대우는 LG와 비교할 때 적어도 이 기준에서는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우세
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작년 7월이후 올 3월까지 대우의 수출실적은 92억2천7백만달러.

요즘 대우의 월평균 수출액은 1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으므로 이달중에는
대망의 "1백억불 고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수출증가율도 50%를 넘어서고 있어 기준을 충족시키는데 문제가 없다.

반면 LG는 작년 7월이후 올 3월말까지 수출실적이 59억5천5백만달러였다.

수출증가율도 40%선으로 대우에 못미친다.

대우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LG측이 지레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실적이 주요한 선정기준이기는 하지만 전적인 평가요소는 아니기 때문
이다.

가령 대일수출에 있어서는 대우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95년중 LG의 대일수출실적은 9억2백만달러로 대우(7억2천만달러)를
앞질렀다.

LG는 또 대우의 수출실적가운데 10% 정도는 금을 중계무역한데 따른 것으로
순수한 의미의 수출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은연중 강조하고 있다.

다만 LG도 대상기간중 "1백억달러 돌파"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이 기간중 1백억달러 수출실적을 쌓기 위해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노력을 기울여 왔다.

LG의 올해 수출전망치는 작년보다 40% 늘어난 1백억달러인데 연초에 바짝
고삐를 조이면 상반기중 60억달러정도는 가능하고 이를 작년 하반기실적
40억달러와 합치면 1백억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작년말부터 LG의 전체 수출실적에서 40%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수출가격이 급락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올들어 LG의 반도체수출증가율은 10%선으로 전체 수출증가율을 훨씬 밑돌고
있다.

수출주력품목이 이 지경에 이르자 LG는 일차산품과 유류제품 등에서 이를
메우기 위해 수출총력전을 펴고 있다.

가령 수산물 광산물 등 일차산품의 작년 7월-올 3월중 수출실적은 4억4천
4백만달러로 무력 1백25%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행히 최근에는 반도체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약간의 상승세마저 보여
LG로서는 다시 "1백억불 돌파"의 희망을 갖게 됐다.

대우가 반도체가격 동향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대우는 여전히 LG를 적수로 보지 않고 있다.

수출의 절대규모뿐 아니라 그 내용상에 있어서도 자신들이 우위라는 주장
이다.

가령 중소기업 등 비계열사 취급고에 있어서도 LG는 30%선인데 비해 대우는
35%선인 점을 내세우고 있다.

어찌됐건 수면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사의 이같은 신경전은 앞으로 6월말
까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판가름은 포상대상기간중 수출실적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 올
9월에나 날 것으로 보인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