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으로 그 어느때보다 많은 경제인출신들이 국회로 진출하게
됐다.

경제관료를 지냈거나 기업현장을 진두지휘했던 경제전문가들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앞으로 이들의 의정활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경제인출신 의원들은 초선만 해도 10명을
넘는다.

이들은 한승수 서상목 나오연 강경식 김원길 이상득 장재식의원같은
경제베테랑들과 함께 여의도의 경제전문가그룹을 이루게 됐다.

경제관료출신으로 당선이 확정적인 후보중에서는 신한국당의 강현욱후보
(군산을)가 최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경제기획원차관과 농림수산부장관을 지낸 그는 재무부나 경제기획원에서
중요한 경제정책을 입안하는등 풍부한 행정경험을 갖고있다.

특히 그는 국민회의 앞마당이라는 군산을에서,그것도 재수끝에 영광을
안게 돼 신한국당으로선 진흙뻘에서 연꽃을 피웠다고 평가할 정도.

부산 북구.강서을에서 당선이 확정된 신한국당의 한이헌후보도 눈길을
끄는 경제관료출신.

한후보는 공정거래위원장 경제기획원차관을 거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으며 김영삼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앞으로 신한국당의 핵심경제브레인으로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상임위원을 지낸 자민련의 이상만후보(아산)와 경제기획원법무
담당관을 지낸 자민련의 정우택후보(진천 음성), 경제기획원예산심의관과
세계은행(IBRD)정부대표를 역임한 박종근후보(대구 달서갑)도 경제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5명은 모두 경제기획원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상공부차관과 환경처장관을 역임한 자민련의 허남훈후보(평택을), 역시
환경처장관출신의 자민련 이재창후보(파주)도 경제분야에서 목소리를
낼만한 인물로 꼽힌다.

야당의 경제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이들은 앞으로 정부와 여당의
경제정책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파수꾼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신한국당의 홍재형후보(청주상당)는 자민련의
텃밭에서 상대후보와 앞치락 뒷치락하는 접전끝에 고배의 쓴잔을
마셨다.

경제관료 못지않게 기업인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쌍용그룹회장을 지낸 김석원후보(대구 달성군), 동양그룹기조실사장을
지낸 안상수후보(인천 계양 강화갑), (주)기산대표인 이신행후보(구로을),
사조산업회장인 주진우후보(고령.성성주) 등이 신한국당옷을 입고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기업일선에 몸담아온 경영인출신들이다.

의정활동에서도 기업현실을 감안한 정책추진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또 전국구의원을 지낸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의원으로 출마,
당선이확정된 신한국당의 이명박의원(종로), 대우그룹기획조정실사장을
지낸 이재명의원(인천부평을) 등과 함께 입법과정에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통로역할을 할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그룹에 몸담았던 국민회의의 정세균후보(무주 진안 장수)도
기업생리를 잘아는 사람중의 한명으로 꼽힌다.

새로 금배지를 달게 되는 이들 경제인출신들을 소속당별로 보면
신한국당이 가장 많다.

자민련이 그 뒤를 이었고 국민회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들은 유세기간중 지역경제를 살릴수 있는 경제전문가임을 내세워
유권자의표심을 자극, 여의도입성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소모적인 정쟁에 흡쓸리지않고 경제원리에 충실한
입법활동에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