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대표적인 젊은 감독 2명이 국내극장에서 맞붙는다.

미국 헐리우드의 틴 타란티노의 "포룸"과 베트남출신 트란 안 훙의
"씨클로"가 13일 동시 개봉되는 것.

트란 안 훙은 베트남에서 태어나 12살때 프랑스로 이주한 보트피플
세대.

파리 뤼미에르영화학교를 졸업하고 94년 "그린 파파야향기"로 데뷔,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며 일약 명감독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펄프 픽션"으로 유명한 틴 타란티노는 92년 첫작품 "저수지의 개들"을
내놓으며 가난한 비디오가게 점원에서 "고다르 이후 최고의 신인"으로
떠오른 천재감독.

두 사람 모두 파격적인 영상미를 추구하면서도 동서양의 감수성을
대조적으로 그려내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트란 안 훙은 "씨클로" 홍보차 11일 내한했으며 타란티노는 내달께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씨클로"는 베트남의 현실을 대담한 영상으로 그려낸 문제작.

사회주의가 남긴 빈곤과 자본주의의 혼란속에서 몸살을 앓는 베트남의
속내를 낱낱이 해부한다.

씨클로는 자전거에 의자를 단 인력거식 교통수단.

핸드헬드 카메라로 잡은 역동적 화면과 강렬한 색채, 절제된 대사 등이
오늘의 호치민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중심인물은 씨클로를 건달들에게 빼앗기고 대여료를 갚기 위해
범죄조직에 빠져드는 18세소년 (르 반 록)과 생계를 위해 매춘길로
들어선 소년의 누나 (트란 누 예케), 그녀를 사랑하는 중간보스
(양조위) 등 3명.

순백의 아오자이 행렬, 수초가 하늘거리는 어항, 푸른 페인트로 범벅이
된 소년, 타락에 빠져들수록 순결하게 비치는 처녀의 모습 등은 약소국의
비애를 엿보게 한다.

"포룸"은 틴 타란티노가 선댄스영화제에서 만난 유명감독 3명과 손잡고
만든 옴니버스영화.

신년전야 LA의 한 호텔.

4개의 방에서 기상천외한 악몽이 전개된다.

신출내기 벨보이 테드 (팀 로스)는 허니문스위트룸에 투숙한 미녀들의
부활의식에 제물로 걸려들어 강압적인 섹스를 갖고, 얼음배달차 들른
404호룸에서는 악당으로부터 아내의 정부라는 오해를 받아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런가하면 309호 갱부부의 방에선 500달러의 댓가로 악동들을 돌보다
화재로 방을 홀랑 태우는 등 최악의 밤을 보낸다.

특히 마지막 특실룸에서 맞닥뜨린 "잔인한 내기"는 그에게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결단을 요구한다.

이 영화에는 브루스 윌리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마돈나, 제니퍼 빌즈
등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출연했으며 타란티노도 마지막방의
주연으로 등장한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