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분단"과 "통일"이라는 단어는
얼만큼의 무게로 다가올까.

극단 작은신화가 20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라구...요?"
(연출 반무섭)는 단편적으로나마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무대다.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고향생각
나실 때면 소주가 필요하다 하시고 눈물로 지새우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분단의 아픔을 노래한 강산에의 노래를 모티브로 한 "라구...요?"는
작은신화가 지난해 개최한 창작극페스티발에서 젊은층으로부터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작품.

신혼초 6.25를 맞은 성민은 부인 금순과 가족을 둔 채 월남한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시달리던 성민은 비슷한 처지의 순옥을
만나 결혼, 두아들을 둔다.

성민은 두 아들에게 통일에 대한 꿈을 주입시키지만, 둘째아들 행진은
이에 반항, 가출한다.

이후 행진은 남편을 찾아 남으로 온 금순의 손녀 옥희와 삼촌과
조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결혼한다.

80년대초 이산가족찾기 현장에서 성민은 자신의 젊은시절 사진을
들고 있는 옥희를 만나지만 "상처는 더 큰 상처만을 낳을 뿐"이라며
애써 외면한다.

비극적 스토리에 다분히 의도적으로 삽입된 희극적요소들은 자칫
감상에 빠지기 쉬운 관객들이 극으로부터 일정거리를 유지케 하는
"거리두기"의 기제로 작용한다.

이극은 관객에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거나 "분단된 현실에
무관심한 사람들이여, 제발 역사의식을 가저라"는 식의 설교를 늘어놓지
않는다.

비극적인 분단상황을 냉정하게 그릴 뿐 그 이상의 판단은 관객에게
맡긴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