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체경기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도체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인 미반도체시장의 BB율이 다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력메모리제품의 가격도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반도체업체들의 올1.4분기 영업실적도 급속도로 둔화된 것
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미국의 반도체공업협회(SIA)는 미반도체시장 BB율이 사상
최저치인 0.80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의 0.89(당초 0.90에서 수정한 수치)에 비해 0.0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3월의 미반도체업계 출하액은 41억6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7% 증가한 반면 수주액은 33억3천만달러로 14.5% 줄었다.

BB율은 총출하액에 대한 수주액의 비율로 SIA는 87년부터 이를 반도체경
기의 기본지표로 보고 매월 집계하고 있다.

BB율은 올1월에 0.92를기록,5년만에 처음으로 수급균형점인 1.00 밑으로
떨어진뒤 최근 3개월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SIA는 BB율 속락에 대해 최대 반도체수요처인 미국 PC시장의 성장둔화가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작년연말특수기의 PC판매가 당초 예상을 훨씬 밑돈 것이 반도체경기
침체의 기폭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최대 반도체메이커인 인텔이 작년12월부터 D램 덤핑판매에
들어가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SIA 관계자는 풀이했다.

미국의 PC제조업체들은 올상반기중 PC경기를 어둡게 보고 메모리부품
주문물량을 줄이는 동시에 주문기간도 단축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최소 3개월분 메모리부품을 확보해두던
PC업체들이 최근에는 1개월여 물량만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급균형이 무너지면서 반도체가격 또한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노무라(야촌)연구소는 주력 4메가D램의 국제시세가 올들어 3월말
까지 40%,16메가D램은 37% 떨어진 것으로 최근 분석했다.

미반도체업체들의 1.4분기 영업실적도 경기침체의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
고있다.

미AMD는 올1.4분기에 매출은 작년동기대비 13.3%,순이익은70%나 감소한
것으로 9일 발표했다.

모토롤라도 반도체부문에서 5%의 매출감소를 기록했다.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인텔은 1.4분기 경상
이익이 작년 동기 보다 52% 줄고,시러스로직 질링크스 알테라 등 중소반도
체메이커들도 이익이 10-45%정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반도체업계는 그러나 PC업계의 재고조정작업이 3월말까지 대부분 마무
리됐기 때문에 반도체경기가 4월이후에는 회복기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
고 있다.

또 대형반도체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증설투자를 연기하는 움직임이 확산되
고있는 것도 반도체경기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
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