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한국이동통신사장은 업무를 컴퓨터와 함께 시작한다.

오전 7시께 출근과 동시에 컴퓨터를 켜고 국내외에서 한국이동통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보내온 전자우편을 읽는다.

서사장은 대부분 업무와 관련한 편지들이지만 이따금 멀리 떨어져 만나기
힘든 오랜친구가 보내오는 문안편지를 접할때마다 하루일과가 즐겁다고
들려줬다.

그는 전자우편을 점검한 후에는 곧바로 언론사등에서 부탁한 원고작성을
위해 컴퓨터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밀려드는 원고요청을 마다하지 않는 서사장은 업무시간을 축내지 않기 위해
오전 9시까지 원고를 작성한다.

그는 "CDMA (부호분할다중접속) 이동전화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원고
요청이 더욱 늘어 요즘은 매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는다"고 말했다.

서사장이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미텍사스 A&M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것이 계기가 됐다.

전공특성상 컴퓨터를 반드시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접한 컴퓨터는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IBM 650"기종.

당시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어렵기만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어셈블러를 이용, 작업을 해야했다.

서사장은 "처음 접한 컴퓨터를 이용하는게 너무 어려워 1년가까이 컴퓨터와
씨름했다"고 회고했다.

또 "컴퓨터를 익히기위해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많이 읽었으나 결국
도움이됐던 책은 가격이 50센트인 얇고 가벼운 책이었다"며 "컴퓨터도 결국
차근차근 익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서사장은 이같은 확신을 회사운영에도 적용하고 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친해질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컴퓨터를
자주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사내정보망에 지시사항을 띄우고
결과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에 거부감을 가질수 있는 임원들의 컴퓨터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영상회의시스템을 이용, 임원들을 수시로 호출한다.

그는 컴퓨터와 친해질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취미활동을
권한다.

서사장은 "다양한 CD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잘만 이용하면
풍부한 교양까지 쌓을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귀가하면 컴퓨터로 베토벤을 만나고 있다.

단순히 베토벤의 음악을 듣는 차원을 넘어 베토벤의 음악을 분석하고
음악의 역사까지도 익힐수 있는 CD롬을 즐기고 있기때문이다.

서사장은 현재 컴퓨터를 이용한 방대한 작업을 준비중이다.

그동안 신문등에 실렸던 모든 원고를 정리해 출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거 286급 컴퓨터를 이용해 작성했던 원고들을 펜티엄급
컴퓨터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전환시켜 디스크에 보관한후 이를 출판사에
넘길 예정이다.

서사장은 "원고를 정리하는 작업도 직접 할 생각이라 당분간은 컴퓨터가
아내보다 더 가까워질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 글 김도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