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5대총선에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방법이 역대선거때와는 상당히
달라졌다.

유세때마다 모이는 구름같은 청중, 열띤 유세장 분위기, 열성적인 운동원
등이 사라지거나 미약해지는 등 선거판이 바뀌고 있다.

후보들은 정당연설회나 개인연설회를 기피하고 직접 유권자들을 찾아
다닌다.

또 시선을 끌기 위한 갖가지 이벤트를 펼치는 등 과거의 "들려주는" 선거
운동보다 "보여주는" 운동을 선호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맞춰 PC나 멀티비젼을 통한 첨단홍보전이 선거운동의 주무기로
등장하고 있다.

후보들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낮시간보다는 새벽이나 밤을 택해 "표사냥"에
나선다.

시장.상가방문, 출퇴근 유권자 접촉, 전광판 홍보, 거리청소같은 봉사활동
등이 주된 선거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규모, 개별적, 직접적인 선거운동으로 판이 변한 것.

민주당 김성식후보(서울 동대문을)와 임종인후보(서울 성동갑)는 매일저녁
"버스 외판원"으로 변신한다.

버스안에서 상품 대신 명함을 돌리며 "얼굴"을 판다.

신한국당 정성철후보(서울 강남을)는 매일밤 볼링장을 찾는다.

젊은층과 어울려 볼링을 즐기며 "한표"를 호소한다.

자민련 조순환후보(서울 송파갑)는 야간에 주택가 골목에서 청사초롱을
들고 밤길을 밝혀주기도 한다.

신한국당 홍준표후보(송파갑)는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청소부대"로 눈길
을 끈다.

10여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관내를 돌며 쓰레기를 치우는 등 환경
미화활동을 벌이며 홍보를 하는 것.

무소속 이상일후보(고양일산)는 퇴근시간이면 어김없이 자유로 입구에
25t짜리 대형 트레일러를 세워놓고 전광판 홍보를 한다.

개인연설회를 목적으로 만든 차량을 거리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도
특이한 현상.

유세에 손님이 없자 빈 차량이라도 달리게 해 전시효과를 노리는 것.

첨단홍보전도 신풍속도다.

멀티비전 컴퓨터디스켓 비디오테이프 PC통신등이 선거전이 필수도구가
되고 있다.

20인치 텔레비전을 10여개 실은 멀티비전, 노트북 컴퓨터 무선팩시밀리등
첨단장비를 갖춘 특수 차량, 의정활동과 약력등을 담은 디스켓등도 달라진
풍속도의 단면들이다.

"천리안"과 "하이텔"등 PC통신망과 인터넷 이용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같은 선거운동의 변화에도 불구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 비방선전
폭로전등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어 정작 변해야 할 구태는 변하지 않았다
는 지적이다.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