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월중 산업활동동향"은 올들어 우리경제가 "급랭"할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적어도 겉으로는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2월 평균산업생산증가율이 10.3%로 작년 4.4분기(8.4%)보다도 오히려
높고 2월중 제조업평균가동율(83.4%)은 지난해 월평균가동율(82.3%)을
웃돌고 있다.

조휘갑 통계청통계조사국장은 "지난해 비자금사건이후 경기가 급랭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으나 이와는 반대로 매우 정상적인 궤도를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활동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같은 안정궤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시된다.

1,2월의 안정세는 민간부문의 급격한 위축을 정부(공공)부문에서 떠받치는
형태의 "불안한 안정세"임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몇가지 지표를 예로 들면 민간기업의 투자활동을 보여주는 기계류수주
증가율이 3년만에 마이너스로 꺾였다.

재고증가율도 3년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연초 개선기미를 보였던 경기양극화현상은 다시 심화되는 모양세다.

이에비해 정부부문은 초과열이다.

SOC(사회간접자본)등 예산 조기집행으로 공공부문의 기계수주가 1,2월
평균 1백25% 늘어났다.

건설수주증가율도 무려 1백88%에 달했다.

고용도 이쪽으로 쏠리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추키기는 일시적인 정책수단에 불과하다.

정부의 직접개입을 길게 가져갈 경우 거품발생등 부작용이 더 커진다.

따라서 민간부문의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지 않고 부드럽게 진정될수 있도록
하는 "연착륙"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직접개입대신 금리 환율 물류 비용등 기업들을 둘러싼 고비용구조를
타파하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생산=전체적인 증가율(8.2%)은 1월(12.4%)에 이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화학공업과 경공업의 양극화와 재고급증은 우려되는 상황이다.

2월중 중화학공업은 11.2%의 생산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경공업은 마이너스
3.4%로 생산이 감소세로 돌았다.

생산호조에도 불구하고 재고증가율은 18.7%를 기록했다.

이는 92년 5월(18.8%)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동차(30.2%) 석유정제(37.5%) 반도체 및 기타전자제품(9.5%)등
주력상품들의 재고증가율이 1월보다 휠씬 높아지고 있다.

<>투자=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투자활동이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기계수주액의 경우 민간부문은 증가율이 마이너스 4.1%로 지난 93년 3월
(마이너스 1.2%)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 기록했다.

반면 공공부문의 기계수주액은 1월(3백64%)에 이어 2월(87.6%)에도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철도청차량주문 동해화력발전소등의 대규모 발주에 힘입은 것이다.

건설투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민간부문의 수주가 1,2월 평균 23.6%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공공부문은
도로교량 항만공항등을 중심으로 평균 1백88.4% 늘어났다.

<>소비=도소매판매액증가율(11.9%)이 생산(8.2%) 출하(8.6%)증가율을
웃도는등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휴대용전화기 판매가 2백25.2% 늘어나고 중형승용차(22.6%) 컬러TV
수상기(12.6%) 화장품(30.8%) 냉동식품(44.3%) 여성용기성양장복(24.2%)
등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등 소비의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경기흐름을 반영, 제조업과 광공업쪽의 인력이 줄어들고 사회간접
자본 및 기타서비스업의 고용이 늘고 있다.

2월중 농림어업(15만명) 광공업(5만2천명) 제조업(4만8천명)등의 인력이
감소했으나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업은 62만명 늘었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