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2대주주간의 경영권분쟁이 있는 기업을 공략하라"

M&A 전문가들은 동업관계가 깨지는등 내부분열이 있는 기업을 매수하기에
가장 좋은 기업으로 꼽고 있다.

내부분열을 이용해 지분을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특히 매수대상기업의 제2대주주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면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지난 1월 신원그룹이 제일물산공업을 매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일물산은 지난50년대에 김해동 김중배 정판석등 세사람이 각각 50% 33%
16.7%씩 공동출자해 만든 회사다.

형식적으로는 동업관계지만 지분이 가장 많은 해동씨일가가 경영의
주도권을 잡아왔다.

1대주주였던 김인식씨(당시 회장) 일가의 4형제는 해동씨의 아들이고
2대주주인 김인준씨(당시 비상근이사)의 4형제는 중배씨의 아들이다.

선대의 동업관계가 창업2세에 와서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2세들간의 경영주도권을 놓고 쟁탈전을 벌인 것이다.

선대의 창업자들이 작고한 이후 2세들간의 불신과 반목이 제3자인
신원그룹에 경영권을 고스란히 넘겨주게 된 것이다.

창업2세간의 경영권쟁탈전은 지난 93년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1대주주인 김회장일가에 형제간의 불화가 생긴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까지 벌여가면서 해동씨의 셋째, 넷째아들인 예식,
지식씨가 임원에서 해임됐다.

이들이 해임됨과 동시에 보유지분 21%를 모두 처분해버린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김회장측의 지분이 47%수준에서 26%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는 2대주주인 김인준이사측의 지분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이사측은 비공식지분까지 약27%를 확보하고 있었다.

1, 2대주주의 지분이 팽팽하게 맞선 상태에서 지난1월 제일물산의 자회사인
제일유니버설을 김인식회장 개인이 인수하면서 싸움은 커졌다.

김회장은 제일유니버설을 인수하자마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있던 2대주주
측의 인준씨 둘째동생 명준씨가 해임시켰다.

감정이 상하게된 2대주주측은 경영권쟁탈을 위해 일전불사에 나섰다.

이같은 경영권 쟁탈전에 신원이 끼어든 것은 2대주주측이 주식매입을
부탁해온데서 비롯됐다.

2대주주측인 명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신원의 한 중역에게 주식매입을
요청했고 신원측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유통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던 신원측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2대주주측은 응원군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제일물산 주식매입에 나선 신원그룹은 신원월드 남성건기등 계열사와
관계사를 동원해 단숨에 20.95%의 지분을 확보했다.

물론 증감원에 대량취득신고를 내지 않아도 되는 4.9%씩 확보했다.

비공식지분까지 포함한 2대주주측의 지분 27%까지 합하면 모두 48%가 된다.

1대주주의 공식지분 26.35%를 훨씬 넘게 확보한 것이다.

이과정에서 신원그룹측은 제일물산의 인수의사를 번번이 부인했다.

제일물산측도 매각의사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신원측은 1대주주측의 지분26.35%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신원측은 모두 47.3%의 지분을 확보해 응원군에서 1대주주로 탈바꿈했다.

신원측으로서는 2대주주와 연합한 적대적M&A로 시작해 1대주주의 지분을
사들이는 우호적 M&A로 매듭을 지은 것이다.

"신원의 제일물산인수는 경영권확보차원에서는 성공했지만 과도한 매수
비용을 감안하면 매수전략차원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나이티드 M&A 김태경이사)

신원측은 제일물산을 사들이는데 약700억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비용 치고는 너무 많다는게 M&A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대주주측의 지분을 당시주가의 4배에 달하는 주당 22만원선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신원그룹으로서는 제일백화점을 갖고 있는 제일물산을 사들였지만
말이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