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멀티미디어 총괄"조직을 신설한 것은 멀티미디어 사업을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선택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도체에 이은 주력사업품목으로 "멀티미디어"분야를 확정,모든
경영자원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이로써 삼성은 "반도체 총괄"과 "멀티미디어 총괄"이라는 투톱(Two
Top)시스템으로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기존 가전 등 성숙기 산업의 연구인력을 성장.전략사업으로
대대적으로 이관해 사업의 시너지효과를 노린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멀티미디어 총괄 조직내에 <>영상미디어 <>디지털미디어 <>정보미디어
등 3개 본부체제를 갖춘 점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이는 또 기술의 상호 영역구분이 모호한 멀티미디어 시대의 기술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기술의 융합화와 복합화를 특징으로 하는 "멀티 기술"시대엔 인접
기술간의 통합이 관건"(장창덕 전략기획팀이사)이라는 의미다.

예컨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은 기존 AV사업본부와 정보기기본부가
별도로 추진해오던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나 CD롬 등 분야를 디지털미디어
본부로 통합했다.

연구인력의 중복을 막고 광.디지털.컴퓨터 등 핵심기술을 상호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PC를 대체하는 TV"나 "TV를 시청할 수 있는 PC" 등 멀티미디어
시대의 기술융합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직체계라고 볼 수
있다.

삼성은 또 한편으론 멀티미디어 사업주체를 일원화해 각각의 사업추진을
전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을 총괄하는 "멀티미디어 연구센터"조직을 폐지하고 멀티미디어
사업추진팀을 총괄기획팀으로 이관한 것은 이를 노린 것이다.

멀티미디어사업을 총괄하는 "총괄"(김광호부회장)직제를 신설, 소수정예의
스텝조직으로 이 부문 사업에 경영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반면 제품군별 특성을 고려한 육성체제는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컬러TV를 중심으로 한 사업군은 "AV사업부"로,PC는 "컴퓨터 사업부"로
나름의 독자적인 사업부를 유지토록 한 것.

결국 삼성의 조직개편은 각 사업부의 독자성은 최대한 유지하되
"경영자원의 포트폴리오(portpolio)"를 제 일선에 놓고 사람 기술등 모든
가용자원을 전략적으로 재배분 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이 이같은 조직개편을 통해 통신.소프트웨어.컨텐츠 등이 복합화되는
멀티시대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