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로만 오팔카 (Roman Opalka)가 4월24일
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이즘(517-0408)과 가인화랑(518-3631)
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첫 한국전시회에 맞춰 내한했다.

시간의 현상을 숫자로 표현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 주목받고
있는 오팔카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폴란드 대표로 참가했던
작가.

지난 65년 폴란드 젊은작가전 1등상을 시작으로 제10회, 14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의 잇따른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통산 76회의 개인전과 100여회의 그룹전을 가진바 있다.

또 그의 작품은 로마 근대미술관 파리 국립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 구미 각국의 거의 모든 유명미술관에 소장될 정도로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페인팅 10점, 드로잉 12점, 사진작품 30점 등
모두 52점.

"이번 전시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여서 무척 조심스럽다"고 밝힌 그는 "시간을 기록하며
동시에 삶의 본질을 정의해 나아가는 점진적인 과정이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개념과 하나의 색채, 하나의 그림"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존재에 대한 탐구"로 요약된다.

작업방식도 매우 독특해 지난 65년이후 모든 작품의 캔버스 크기를
196cmx135cm의 똑같은 형태로 고정시킨채 그위에 숫자1부터 끊임없이
기록해 나가는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업에서 숫자는 검정색 바탕위에 흰칠로 쓰여지는데 매작품마다
캔버스의 바탕색에 흰색을 1%씩 추가, 궁극적으로는 백색에 도달하게
되는 과정을 밟고 있는 점이 특징.

현재는 지워질수 밖에 없으면서도 또한 영속적이며 끝없이 펼쳐지는
흔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