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냉장고 등 전자제품의 포장박스로 주로 쓰이는 스티로폴(발포스티렌)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부들에겐 골치거리였다.

분리수거 품목이 아니어서 반드시 "부숴뜨린 후"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려야했기 때문이다.

이런 스티로폴이 지난 3월1일자로 분리수거 재활용품목으로 지정됐다.

원료업체들이 모여 만든 한국발포스티렌재활용협회가 지난 3년간의
노력끝에 얻어낸 성과다.

정부관련부서와 환경단체 주부단체등을 쫓아다니며 스티로폴 재활용의
길을 뚫은 이 협회 추지석회장(효성바스프사장)을 만나봤다.

-협회창립 3년만에 설립목적을 이룬 셈인데요. 왜 이렇게 늦었나요.

<>추회장=늦은 건 아닙니다. 이제라도 됐다는게 중요합니다.

범국가적인 재활용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이 의미있다는 얘기죠.

스티로폴은 없어서는 안되는 포장재 재료지만 포장재로써의 용도가
끝나면 언제나 쓸모없는 천덕꾸러기로 취급받아왔습니다.

스티로폴은 썩지는 않지만 알려진 처럼 환경에 유해한 것도 아니예요.

흙에 묻힐 경우에도 토양이나 수질을 오염시키는 일은 없습니다.

수거해서 재활용하면 얼마나 유용한 자원인지 몰라요.

-무공해소재인 종이박스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많았지요.

<>추회장=종이가 무공해인 것은 맞아요.

그러나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스티로폴보다 더 하다는게 업계의 분석
입니다.

스티로폴과 페이퍼박스(Paper Box)를 전과정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를 통해 비교해보면 가격 1.3배, 중량 6.4배, 에너지사용량
2배, 쓰레기용적 1.2배 등으로 모든 면에서 종이박스가 비용부담이 크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나무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산림훼손 문제를 빼고도
그렇습니다.

-스티로폴 원료업자들만의 시각은 아닌지요.

<>추회장=지난 51년 독일 바스프사가 개발한 스티로폴은 현재까지 개발된
단열재 포장재 중에선 최고의 제품입니다.

스티로폴은 50분의 1만 PS(폴리스틸렌)이고 나머지는 전부 공기예요.

압축해 부피를 줄이면 다시 PS잉고트(덩어리)가 돼 새로운 성형품의
소재가 됩니다.

재활용이 매우 쉽다는 얘기죠.

-재활용 범위에 대해 한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추회장=제대로 수거된 스티로폴은 가공용도가 무한합니다.

일부는 잉고트상태로 중국에 수출까지 합니다.

재생이 불가능한 것들은 태워서 연료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아파트 현관이나 목욕탕등에 까는 발판의 대부분이 "고스티로폴"을 이용해
만든 것이예요.

-고스티로폴이란 용어가 생소한데요.

<>추회장=한번 사용한 철근을 고철이라고 부르면서 스티로폴은 왜
폐스티로폴이라고 합니까.

한번 썼지만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고스티로폴이란 이름을
더 좋아해요.

차도 수명이 다 된 것은 폐차지만 아직 쓸만한 차를 중고차라고
부르잖아요.

-재활용운동을 해야할 곳은 오히려 스피로폴 가공업체나 수요자인
전자업체들일 것 같은데요.

<>추회장=그렇게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분명한 건 누가 부담하건 재활용의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겁니다.

원료메이커들이 주도해 협회를 만든 것은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재활용을 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 스티로폴사용이 제한
받으면 손해는 결국 원료생산자가 보게 돼 있어요.

-홍보가 덜 돼서 그런지 분리수거가 잘 안되는 지역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추회장=그래서 지자체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려고
해요.

4천만원을 주고 홍보영화도 만들었습니다.

지자체와 환경단체 학교등에 배포하고 있지요.

또 지자체의 스티로폴 감용기 구입경비를 20%정도 지원한다는 계획아래
4억2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놓았습니다.

-재활용을 통한 기대이익이 상당하겠습니다.

<>추회장=건물 단열재로 쓰이는 스티로폴을 빼고 매년 수거해야할
스티로폴은 연 5억입방m가 넘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에요.

쓰레기로 처리할 경우 처리비용만 연 1백24억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이에 비해 재활용을 위한 필요예산은 34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전체적으로 1백억원 이상의 국가이익이 생겨난다는 얘기지요.

-재할용협회가 이제야 재역할을 하게 됐다고 느껴집니다.

<>추회장=그렇습니다.

지난해까지 21%에 불과했던 스티로폴 재활용율을 올해는 30%까지
끌어올려볼 작정입니다.

삼성전자 등 스티로폴포장재 사용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려고 해요.

또 연내에 국제스티로폴재활용연합에 가입하는등 국제협력사업도 적극적
으로 해나갈 계획입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