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석유화학 윤영언환경안전실장(39)은 울산공장 사택에 입주해있는
2백여 아주머니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남자다.

남들은 그가 10년째 사택단지의 가스기기와 화재경보시스템, 소화기 등을
점검해주기 때문에 그런 걸로 알고있지만 사실은 그렇지않다.

접촉이 잦은 걸로 치면 그에겐 오히려 "감점요인"이 많다.

한 겨울에도 사택 아주머니들을 불러모아 물통을 나르게하는등 소방훈련을
시키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윤실장의 인기는 다른데 이유가 있가.

바로 "안전"을 통해서였다.

"소방훈련 도중 부녀회장이 "이만하면 삼성석유화학 아주머니들이 최고일
것"이라며 훈련을 그만해도 되겠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기회다 싶어 모두 공장으로 초대했어요.

안전이 과연 누구를 위한 위한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지요"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가족의 안락한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아빠들을 직접 보고나선
훈련을 그만 하자는 목소리는 쑥들어가더라는 것.

아무 데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공장과 만일의 폭발사고에 대비해
곳곳에 붙여놓은 "한순간의 방심, 가정 평화 사라진다"류의 안전표어들.

5만평 거대공장의 사고발생가능성을 "제로(0)"로 만들고 있는 회사의
각종 안전활동은 이들에겐 하나의 감동이었다.

"안전활동이란 것이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란 걸 사원가족들이 알게
된 계기였지요.

이후 발족한 "사원가족 안전회의(Family Safety Meeting)"는 이제
공장의 안전활동을 감시하는 압력단체가 됐을 정도입니다" 현재 무재해
8년1개월로 세계 TPA(테레프탈산)생산업체 최고기록을 매일 경신해가고
있는 것도 이런 "하나된 안전의식"이 바탕이었다고 윤실장은 설명한다.

그는 수산대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지난 84년 이 회사 안전과에 입사한
이래 한 우물만 파왔다.

"입사당시만 해도 수동적으로 사고를 방지하는 업무가 주였죠.

부서원도 5명 뿐이었습니다.

이제는 부서명도 환경안전실로 바뀌었고 부서원도 2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90년대 들어 그가 관심을 갖게 된 분야는 환경보전문제.안전은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태화강 살리기 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92년 이 운동을 시작하려 할 때쯤 울산 시청 관리들은 "왜 쓸데 없는데
돈을 쓰려고 하느냐"고 말렸다고 한다.

이 운동은 현재 전국적으로 확대된 1사1하천보호운동으로 확대됐다.

공장 사람들은 이런 그를 "고집센 불침번"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시도 때도 없이 환경문제를 지적하고 돈이 아무리 들어도 해야한다고
고집을 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석유화학이 1백12억원을 들여 포항공대와 공동으로 설비개선연구를
하게된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고집 "덕"이다.

"결국 각 사업장이 그 지역의 환경문제를 책임진다는 "책임관리"
(Responsible Care)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의식 없이는 앞으로 공장이 설자리를 잃게 됩니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