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끄덕하지 않던 대만경제가 중국과의 군사긴장이 고조
되면서 쇠퇴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좌절을 모르던 대만경제가 지난해말 중국의 미사일발사실험발표 이후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올 1월 대만의 경기종합선행지수는 91년 이래 처음으로 100 이하로
떨어졌다.

대만기업인은 경기하락의 적신호가 켜진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도 대만경제위원회도 최근 발표한 "경기신호"에서 "올들어 청황신호의
하한선에 이르러 쇠퇴를 나타내는 황신호구역과 약간의 차이밖에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경기신호는 대만당국이 경제전반의 경기를 공식 예측하는 것이어서
그동안 국내외의 관심을 끌어 왔다.

이같은 각종 경기예측은 설비투자액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대만당국은 1월중 설비투자액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0%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감소폭은 대만이 설비투자액 통계를 유지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라는게 대만당국자의 설명이다.

대만경제가 흔들리는 또하나의 징조는 은행대출의 감소현상이다.

지난 1월중 대출액은 2조9천6백10억대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대출액면에서 지난 85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미달러화도 급속히 대만을 이탈하고 있다.

대만의 외환딜러들은 "지난 1주일간 대만에서 빠져나간 외화는 5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이런 추세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중국의 미사일발사실험으로 대만 일부 항구가 봉쇄되는 바람에 대만의
수출차질이 불가피하고 특히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긴급상황"이 발생하자 대만당국은 지난 9일 중소기업에 9백60억대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이의 효과는 미지수다.

국제경제전문가들은 "대만기업의 96.5%가 중소기업임을 감안할때 심각한
현상이다"며 "최근의 상황이 대만경제의 근본을 위협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조심스런 전망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시장및 증시침체 또한 심각한다.

주식시장의 경우 대만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 폭락사태을 막고 나서는
바람에 현재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하락요인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제전반의 현상은 산업현장의 생산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대만당국이 조사한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22개업종 16개업종에서
생산둔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중화권국가를 대상으로 한 의류산업과 가구내장품 종이제품 비금속
광물제품산업등의 생산량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해외수출에 의존하던 방적 화학재료 고무 플라스틱제품 운수공구산업도
생산량이 크게 줄고 있다.

중화경제연구원등 대만경제연구기관들은 "공업생산의 부진이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내수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로 파급될 우려마저 있다"고 내다봤다.

뭐니뭐니해도 대만경제의 전망을 더욱 불확실하게 하는 것은 대만경제인들
의 자세이다.

대만연합보와 경제일보는 최근 대만내 주요 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가 "대만경제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했고 7.1%는 "극히 부정적이다"고 답했다.

대만경제의 일선에서 뛰는 기업인들이 비관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듯이 보인다.

이런 대만경제의 비관론속에서도 희망을 얘기하는 경제전문가들이 있다.

중소기업 중심의 대만기업들이 최악의 경영여건속에서 적응할만큼 성장
한데다가 중국과의 군사긴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 김영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