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 주식에 대한 열풍은 우리증시와 금융구조가 갖는 비효율성의
다양한 측면들을 잘보여주고 있다.

이 주식을 사기위해 연일 1억주가 넘는 사자 주문이 몰려드는 것을 생각
하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원이 넘는 큰 돈이다.

건설업체,특히 상장 주택건설 업체들이 다죽어가는 마당에 이들 회사와
더불어 일하는 은행이 이렇듯 인기를 모으는 일이 우선 대단히 기묘한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우성은 이미 부도가 났고 대부분의 건설사들도 심각한 경영난과 주가하락
으로 고통받고 있는 터다.

주택은행 공개의 타당성 자체가 이미 비난의 대상이 된바 있거니와 회사는
죽고 은행은 산다면 이는 금융기관들의 대출구조에 근본적인 맹점이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물론 은행도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회사와 다를바 없다.

그러나 주택은행의 금리구조에 초과수익적 요소가 없다면 주택건설사와
주택은행의 이같은 극명한 대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택은행주 열풍은 돈값인 금리외에 자본의 값인 주가에도 동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연일 상한가 행진이 계속되는 것은 공모주식의 가격 산정과 매매제도에
심각한 결점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0.1%의 차액을 쫓아 세계의 돈들이 대이동을 하는 극도의 효율성이 지배
하는 오늘날 우스꽝스런 허수주문으로 하루에 6%의 차액을 올리는 제도를
당국은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지도 문제의 하나다.

터무니 없는 공모가에 기초해 돈놓고 돈먹기 식의 열풍을 조성한 다음
성공적인 공개와 상장을 자축한다면 이는 증시의 효율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기업이 주식을 매각할 때는 받을 가격은 받고 지불할 것은 지불하도록
제도와 운영을 효율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