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연합철강사장(56)은 철강업계의 컴퓨터도사로 통하는 경영자이다.

그는 동국제강근무시 전체사원에 대한 "인사화상시스템"구축을 주도했다.

지난해 3월 연합철강사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분산형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을 기반으로한 "새연합정보시스템"구축을 위해 앞장서 뛰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엑셀을 이용, 투자에 대한
효용가치분석등을 직접 작성해 경영에 활용하고 C언어등 컴퓨터
프로그래밍언어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을 정도다.

이사장이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군대시절.

복잡한 사정으로 28세(69년)라는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한 그가
경인지역의 한부대에 배치받아 근무하던중 육군본부에 설치된 대형컴퓨터의
전원장치가 고장나면서 부터다.

서울대 전기과를 졸업하고 연합철강근무시 일본에 다녀온 경험등이 반영돼
전원장치를 고칠 적절한 인물로 차출된 것.

이때부터 육본 컴퓨터실에서 컴퓨터와 숙식을 같이 하게 됐다.

"당시 컴퓨터는 만능의 장치로 무언가 신비하게 생각하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컴퓨터라는 것이 단지 데이터를 읽어 단순 가공처리하는 것을
알고는 실망도 컸습니다"

이사장은 군제대후 연합철강 전산실로 복직, 국내 민간기업으로서는
다섯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이른 시기에 컴퓨터를 들여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급여계산 판매 재고관리 등에 이용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한 때 컴퓨터와 인연이 끊어진 적이 있었다.

전산실장에서 총무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몇년간 손을 놓게 되었다.

이후 다시 컴퓨터와 만났을 때는 이 기계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바뀐 뒤였다.

87년 동국제강에서 상담역으로 근무하면서 PC(개인용컴퓨터)를 처음
대면하게 됐다.

"16년전 군시절 만났던 대형컴퓨터의 10배(처리속도 기억용량)쯤 성능을
가진 PC가 책상에 올려진걸 보니 정말 놀랍더라구요.

며칠밤을 새면서 당시로선 첨단의 PC와 친해졌지요"

이사장은 PC가 취미생활을 하기에 너무 적절한 놀잇감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PC를 처음 활용해 취미생활을 즐긴것은 사진을 스캐닝해 PC에서
편집을 하고 앨범을 만드는 일.

현재 사진편집을 통해 작품으로 만든 것만 300여개의 파일에 이른다.

"장모님의 20세 때 찍은 흑백사진을 스캐닝 해 컬러로 바꾸고 인쇄한뒤
액자에 넣어 "현대과학입니다"라며 드렸더니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그는 요즘 "미디"라는 컴퓨터뮤직프로그램을 이용해 편곡하는 재미에도
흠뻑 빠져 있다.

주편곡 대상은 랩등과 같은 신세대음악으로 약간 시끄러워 집에서
부인과 간혹 다투기도 한다고.

"컴퓨터는 호기심과 도전 의식이 있어야 마스터가 가능해요.

제품이 망가지든 말든 이 프로그램을 만든 목적이 뭐라는 것을 생각하며
자꾸만 건드리고 그뒤에 매뉴얼을 뒤져 해결책을 찾는 것이 PC를 이해하는
지름길이지요"

<윤진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