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빼기등 기업효율화 노력 덕분에 지난해부터 서서히 경쟁력을 되찾고
있는 미국 산업계에 또 다시 커다란 고민거리가 생겼다.

리스트럭처링(기업의 재편)속에서 인원 자르기에만 여념이 없었던 미국
기업들이 이번에는 "숙련노동자 인력난"에 부닥친 것이다.

미국은 올해로 6년째 경기 "확대"일로를 걷고 있어 그동안에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심심찮게 인력난 문제가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사람구하기"문제가 아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일을 처리해 낼 "숙련자"가 부족한 것이다.

생산라인에서 미숙련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생산성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그만큼 기업의 경쟁력에도 큰 타격을 입을수 밖에 없다.

미미시간대학과 미시간직업위원회가 제너럴모터스(GM)포드 크라이슬러등
미3대 자동차업체(빅3)의 사내 정보를 기초로 마련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03년까지 빅3에서 퇴직이나 이직등으로 빠져나가는 인력은
총 24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자 미국 각 주에서는 "내고장"경제를 살리기 위해 숙련노동자
확보전쟁에 돌입했다.

오리곤주 요크에서는 최근 지역기업들에 질 높은 노동자를 공급하자는
목적에서 총 38만달러를 투자,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샬럿제조평의회가 지역 학교와 손잡고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미시간주에서도 자동차 산업에 고급 노동자를 공급할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직업훈련계획을 내놓는등 본격 대응에 착수했다.

미시장조사업체 던&브래드스트리트가 250개사의 미중견.

벤처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상(56%)이 고급인력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분야의 숙련기술자 공급부족현상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기존 숙련공이 고령화되면서 대거 퇴직할 시기를 맞고 있는데다 최근
10여년간 리스트럭처링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허리 역할을 할 중견
숙련공을 길러내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말 1백50명 이상의 미캘리포니아주 하이테크 경영자들은 고심끝에
미의회에 서한을 보냈다.

이 편지에는 미의회에서 심의중인 "이민억제법"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한 기업인은 이렇게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고급 노동력이 말라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인"이 아니다.

파란눈이든 까만눈이든 상관 없다.

특별한 기술을 가진 "숙련노동자"면 된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