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윌리엄 피어스칼라 미UCLA 경영대학원장은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일본등이 중점을 두고 있는 반도체제조업은 "브레이크 없는 열차"같은
성격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무모한 투자보다는 보다 신중
하고 면밀한 사전조사와 검토가 있어야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할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지역 UCLA 동문과 이 지역경제 현황등을 살펴보고 있는 피어스칼라
교수는 특히 수십 수백억달러의 투자가 요구되는 반도체산업이 어느날
갑자기 실리콘기술이외의 다른 기술의 개발이 개발됨으로써 하루 아침에
헌신짝취급을 받을수 있는 개연성마저 무시할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피어스칼라 UCLA 경영대학원장과 본지 양봉진국제부장과의 대담을 엮어
최근 미국에서의 경영교육의 흐름과 산학의 중심과제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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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미국 경영교육의 새로운 흐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 피어스칼라 UCLA 경영대학원장 =희기적이거나 경천동지할만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은 재무 마케팅 OR 조직행위등 각 분야가 독립된 이론처럼 발전돼
왔으나 경영학이 응용학문인만큼 이들을 통합, 실용성과 적용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노력들이 배가되고 있다.

특히 정보사회의 전개에 따라 학생들이 이같은 변화에 적응할수 있도록
인터넷등의 교실유입등 교육의 현장화를 추구하고 있다.

-최근들어 리엔지니어링 밴치마킹 다운사이징등 여러가지 현란한 경영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으나 이를 상업적인 시각에서 평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 피어스칼라 원장 =이들 경영개념에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같은 경영개념들은 기업들이 과거부터 항상 염두에 두고 실시해
왔으며 또 앞으로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원칙에 불과한 것임에도 그런
개념들이 유별나거나 아주 새로운 것이나 되는 것처럼 과장선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사람들은 흔히 군중심리에 끌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보이지 않는 덧에 걸려 판단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가
그런 것의 일종이라고 볼수 있다.

-경영대학원장으로서 미국기업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 피어스칼라 원장 =미국기업들은 일본 한국등 태평양연안공업국들의
약진으로 가장 어려운 80년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열심히 찾아보고 또 배운 결과
이제는 과거의 경쟁력을 되찾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런 과정의 하나로 최근 뉴스위크지가 지적했듯이 미국기업들중 많은
기업이 다운사이징이라는 명분아래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들은 스스로의 보수를 올리는등 수백만달러씩
개인 호주머니를 챙겼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데.

<> 피어스칼라 원장 =그간 미국의 경영시스템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
하는데 주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감원은 기업경영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의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들은 주식옵션등을 통해 수백만달러씩의 개인보수를
늘려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다 그동안 강력한 힘을 행사해 오던 노조등이 힘을 잃어
고용원들에 대한 배려가 소홀해질수 밖에 없었던 것도 극단적인 자본주의적
행태만연에 한 몫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의 노조도 과거의 막강했던 시절에서 이제 더 이상 떨어질수
없을 만한 수준으로까지 위축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노조의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주주 이외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고
따라서 과도한 자기중심적이고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사고는 많이 시정
되리라 본다.

-최근들어 반도체산업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만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특성상 신규투자를 중단하면 그대로 쓰러질수 밖에 없고 따라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규모 투자를 할수 밖에 없다는 뜻에서 반도체산업을
"블랙홀산업"이라고 혹평가흔 사람도 적지 않은데.

<> 피어스칼라 원장 =반도체산업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띄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1메가D램에서 4메가 16메가로 변해가는 진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신규투자규모도 수십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과잉경쟁에 따른 수익률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실리콘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기술에서 다른 형태의
새로운 기술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무모한 투자로 낭패를 볼수 있는 개연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검토해
볼 시기라고 본다.

-한국은 교육재저을 GNP의 5%까지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재정감축에 따라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을텐데.

<> 피어스칼라 원장 =과 UCLA의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75%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는 33%정도에 불과하게 됐으나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재정지원이 줄어들어 UCLA는 이제 사실상의 사립학교와 다를바 없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외부자원확보에 주력한 결과 현재 경영대학의 예산은 재정
지원이 줄어들기 전보다 오히려 20%가 늘어난 연3천5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UCLA 전체 예산은 얼마나 되는가.

<> 피어스칼라 원장 =의과대학의 예산이 크기 때문에 연 1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최근들어 경영교육에 변화가 있다면.

<> 피어스칼라 원장 =경영교육과 관련, 세계적인 추세는 이론과 실제간의
균형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에 무게가 실려지고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 기업경영에서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프로그램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들면 어떤 학생이 창업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와 의사가 있으면 이
학생에게 자금을 지원하여 회사를 세워 보게 하기도 한다.

재무관리과정의 경우 1백만달러 정도의 자금을 대주고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해보도록 하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