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대림산업 고합물산등 3개기업이 주력업종제도에 의한 주력
기업자격을 더이상 누리지 않겠다고 통상산업부에 철회를 요청함에 따라
그 배경과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이들의 철회요청은 공정거래법상 주식소유분산우량기업으로 지정받기 위한
절차여서 별이슈가 안될수도 있다.

그러나 현정부가 산업정책의 뼈대로 내세운 주력업종제도가 기업으로부터
처음 외면당했다는 것은 그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수 있다.

주력업종으로 상징되는 업종전문화제도를 본격적인 수술대에 올리는
방아쇠가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왜 철회를 요청했나: 3개기업이 주력기업철회를 신청한 것은 출자총액
제한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의도이다.

정부는 30대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해 출자총액을 98년 3월31일까지 순자산의
25%로 낮추도록 했다.

이로인해 일부 그룹은 계열사를 처분해야 할 상황이다.

당장 지분을 팔지않아도 될 기업이라도 새로운 출자를 하는데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여러업종에 공격적인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엔 이제한이 걸림될이 될수 있다.

그러나 대주주의 소유분산이 잘된(동일인지분 8%, 계열사포함 15%이하)
소유분산우량기업은 이같은 출자총액제한을 받지 않는다.

금호석유화학 대림산업고합물산등은 이같은 출자제한상의 예외인정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력기업은 소유분산우량기업이 될수 없기 때문에 우선 주력기업을 포기
하고 출자면에서 자유를 선택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주력업종제도가 손상되는것 아닌가: 3개기업이 주력기업을 마다하고
소유분산우량기업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좀더 혜택이 많은 쪽을 원하는
기업속성상 평범한 결정일 뿐이다.

주력기업으로서 받는 여신규제완화나 출자제한의 일부 완화, 회사채발행
우대보다는 출자총액제한에서 완전 예외혜택이 주어지는 소유분산우량기업이
더 매력적일수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정을 3개기업이 내렸다고해서 주력업종제도가 뿌리채
흔들리게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력업종제도에 매력을 잃은 기업이 처음으로 나타났다는 사실과
현재도 이제도의 취지를 탐탁치않게 평가하는 기업이 많다는 점등을
고려할때 일단 주력업종제도에 손상이 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여신규제완화등 주력기업에 대한 혜택이 별게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돈빌리기가 예전보다 쉬워진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비주력업종처분에 대한 장려책이 부족하는 지적도 있었다.

3개기업의 철회요청은 이같은 시각을 반증, 주력업종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게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작년에도 주력업종제도와 주식소유분산유도정책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당시 공정위는 특정 그룹의 주력이 되는 기업은 여러 기업에 문어벌식으로
투자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력기업은 소유분산우량기업
이 될수 없다"고 주장, 통산부에 판정승을 거뒀다.

<>통산부와 공정위는 어떻게 결정할까: 철회요청을 받은 통산부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행 규정은 주력기업은 3년안에 변경할수 없다고 돼있다.

이 제도는 94년에 시행됐다.

변경할수 있는 기한은 1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의 철회요청은 어느 주력기업을 빼고 그 대신 다른 기업을
넣는 "변경" 요청이 아니다.

조건없이 철회해 달라는 포기요청일 뿐이다.

이때문에 3년안에 변경할수 없다는 이유로 철회요청을 거절할수 없는
형편이다.

결국 받아들일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통산부는 그럼에도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다.

우선 철회요청을 받아주면 스스로 주력업종제도의 취지가 퇴색한다는 점을
용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자율결정을 존중하고 가급적이면 규제를 덜 받게 해야 한다
는 차원에서 철회신청을 수용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