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바 = 이성구 기자 ]

현대자동차는 5일 (한국시간) 제네바 노바 힐튼호텔에서 정몽규
회장과 유럽지역 대리점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도발표회를 갖고
국내 최초의 스포카인 "티뷰론"을 공개했다.

기아자동차도 오는 5월 정통스포츠카인 "KMS-II"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75년 국산승용차 (포니 I)가 첫 선을 보인뒤 20년만에 국내에도
스포츠카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스포츠카 시대의 개막은 차종확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포카는 자동차관련 기술의 총집합체다.

엔진 디자인 안전성 등에서 최고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제작할 수있는 게 스포츠카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 것은 디자인.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만큼 화려하면서도 날렵한 이미지의 외관을 갖추는게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스포츠카의 개발은 기술과 디자인 능력에서의 한단계 도약을
뜻한다" (정몽규 회장)

세계 자동차업계가 "티뷰론"을 주목하는거나 현대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 차를 먼저 공개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국내에도 90년대초 젊은 층의 인기를 끌었던 "스쿠프"가 있었다.

하지만 이 차는 말로만 스포츠카지 내용적으로는 엑셀엔진을 기본으로
껍데기만 흉내를 낸데 불과했다.

정확히 말해서 스포츠형 차지 스포츠카는 아니다.

현대 스스로도 외관만 스포츠카를 본뜬 "스포츠 루킹 카 (Sports Looking
Car)로 분류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티뷰론 개발은 하이테크기술과 디자인개발능력
등을 한단계 올려놓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역사에 한획을 긋는 일로
평가된다.

티뷰론은 최고출력 1백50마력의 DOHC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우선 파워가
뛰어나다.

또 달리는 속도에 따라 회전능력이 변하는 속도감응형 파워스티어링도
기본사양으로 채택하고 있다.

"스포츠카의 조건인 가속성능 조종안정성 등 다이내믹 머포넌스부문의
하이테크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형근 현대승용상품 기획팀장)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는 독일의 포르셰나 이탈리아의 람보기니 등 최고급
스포츠카에는 다소 뒤질지 몰라도 프로브 (포드) 엑클립스 (미쓰비시)
셸리카 (도요타) 등과는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현대는 따라서 티뷰론이 "현대"라는 브랜드 인지도 뿐만아니라 기업
이미지를 높히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뷰론은 현대 캘리포니아 디자인연구소가 고안한 컨셉트카 "HCD-II"를
기본모델로 한 역동적 스타일의 차다.

현대는 92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천2백억원을 들여 이 차를 개발했다.

티뷰론은 상어를 의미하는 스페인 말이다.

현대는 이 스포츠카에 독자 개발한 2.0DOHC 베타엔진과 독일 포르사와
공동개발한 첨단현가장치, 속도감응형 전자식 파워스티어링(EPS),
2백5mm 초광폭 타이어 등을 장착했다.

티뷰론은 2.0SRX와 DOHC 등 2개 모델로 시판되며 현대는 올해 국내외
에서 각각 2만대씩 팔고 내년에는 5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위해 현대는 유럽에 이어 앞으로 아시아 중남미 북미 등지에서
잇달아 티뷰론의 신차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시판되는 "티뷰론"의 국내 판매가격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1천5백만원선 이하로 할 방침.

티뷰론의 가격이 다른 스포츠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것은 정통
스포츠카라 할 수 있는 2인승 2도어가 아니라 4인승 2도어의 스포츠
쿠페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값이 비싸 수요가 적다는 스포츠카의 한계를 극복, 스포츠카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티뷰론을 쿠페형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아가 오는 5월 선보일 예정는 KMS-II는 2인승 2도어의
정통스포츠카다.

이 차는 영국의 로터스사로부터 기술을 지원받아 개발한 것으로
크레도스에 장착된 1천8백cc급 "T8D"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속도 2백30km에 달하는데 비해 시속 1백km 도달시간은 7초에
불과할 정도로 순간속도가 빠르다.

기아는 KMS-II를 양산체제가 아닌 숙련공의 수작업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따라서 국내판매가격은 3천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그러나 성능에서 비슷한 수준의 수입차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값이어서 국내수요가 충분히 뒷받침 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대의 "티뷰론"과 기아의 "KMS-II" 개발을 계기로 국내서도 스포츠카
시대의 개막과 함께 세단형 승용차에 익숙해있던 소비자들은 보다 다양한
형태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