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조 새 경총회장(64)은 경남 의령 출신으로 LG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전문경영인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재계에서 가장 학구적인 경영인"으로
정평을 얻고 있다.

증권 반도체 상사 전자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장.부회장.회장을
두루 거쳐 올 1월 그룹의 인력양성 산실인 인화원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양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철학과 경영의 조화"를
추구하는 독특한 경영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LG전자 사장 재임시절인 89년초 그룹 최대의 노사분규를 겪었을
당시 특유의 "합리와 공정성에 바탕을 둔 정도경영론"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한 장본인이다.

분규 당시 노조측은 "열악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수당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

그러나 당시 이사장은 "나는 그런 수당은 만들 수 없다.

환경이 나빠서 근로자의 건강이 위협받는 것을 수당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비인도적인 편법이다.

대신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을 고쳐주겠다"고 말해 도리어
노조 대표를 감동시켰다고 한다.

"임시 방편과 편법을 엄격히 다스리고,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공정하게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경영관을 갖고 있다는 그는 89년 노사분규의 고비를
넘긴 뒤 "노사가 아닌 노경의 협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LG그룹내에
정착시키는 산파역을 해냈다.

이회장은 1백76cm의 훤칠한 키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취미는 바둑(한국기원 공인 5단 수준).

미래학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매주 따로 사는 부모님을 반드시 찾고
해외출장을 다녀 올 때는 부모님부터 뵙고 집으로 간다고.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