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덕혜옹주" 등 화제작을 낳은 극작가 정복근씨가 단짝연출가
한태숙씨와 함께 다시 심리추리극 "얼굴뒤의 얼굴" (극단전망, 22일~
3월31일)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학력과 출신을 속여 신분상승을 꾀한 남자가 과거를 감추려 애쓰다가
결국 파멸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공통된 소외심리와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극중 박성덕 (강신일 분)의 아내인 지연과 그를 협박하여 미치게 하는
종원 (예수정 분)을 1인2역으로 처리한 이유에 대해 "평범하고 교양을
갖춘 지연속에 잠재된 악의를 표출시키려 했다"고 얘기했다.

이를 통해 주위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잠재된 분노와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현실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을 뿐 특별히 어떤 극복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작가나 연출가의 몫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내용에 공감하게 하는 것
뿐입니다.

그 이상은 관객의 판단에 맡겨야죠"

인간은 누구나 고독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외로움을 어떤 이상적인
사랑이나 관계로 극복하려는 것은 허욕이라는 주장이다.

서로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배려한다면 이 작품의 부부처럼 정신적
소통이 없는 관계가 되고, 상대에게 지나친 애정과 관심을 쏟는다면
거기서 또다른 불행이 싹튼다는 것.

그래도 해결점을 찾는다면 이 두 입장의 중간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정씨는 76년 "여우"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으며 89년
"실비명"으로 백상예술상 희곡상, 94년 "이런노래"로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