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정보통신사업 진출열병이 제약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기업의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많은 기업들이 정보화사회에 대비, 이분야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경영형태가 보수적이라는 제약업체들이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정보통신사업을 강화하는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92년 인성정보를 설립한데 이어 94년에는 대전민방에
주주로 참여했다.

또 최근에는 케이블TV분야에 진출키로 하고 성남 종합유선방송국(SO)사업
참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완료, 정부의 허가를 기다리고있다.

이회사는 특히 최근 "21세기 프로젝트"로 수도권지역의 무선호출사업자
선정경쟁에 참여키로 방침을 결정했다.

3월말까지 25~30개의 통신전문업체를 대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사업권을 획득하면 98년까지 3백억원을 집중투자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4월 20억원에 인수한 "C&T"란 소규모 정보통신회사의
사업을 대폭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를위해 C&T는 PC및 주변기기 판매, LAN(구역내통신망)설치및 관련기기
판매, 소프트웨어 개발및 판매등에 주력하고 앞으로 OA(사무자동화)분야의
SM(시스템관리)및 SI(시스템통합)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올해엔 지난해보다 1백% 신장된 1백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작년말 자회사인 동아데시타시스템 이름을 동아시테크로 바꾸고
SI사업및 네트워크구성사업등을 대폭 강화해 올해 2백억원의 매출을 달성
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특히 정보통신부가 올6월에 허가할 신규통신사업자 선정대열에
참여키로하고 임광그룹이 주도하는 수도권TRS(주파수공용통신)컨소시엄에
10%의 지분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지난 74년 맥슨전자를 설립,무선통신장비분야에서 성가를 올리고 있는
일동제약도 앞으로 정보통신쪽 사업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맥슨은 현재 미국 덴마크에 연구소를 설립, 유럽방식의 휴대폰인 GSM
단말기, 고속삐삐, 산악지형근거리통신망(WLL) 등의 통신장비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오는 5월부터는 삼성 LG 현대등과 함께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의
이동통신단말기의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맥슨은 생산물량가운데 20만대를 미국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GSM단말기도 44만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맥슨은 올해 CDMA단말기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43% 늘어난
4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있다.

일양약품은 94년 자회사로 일양정보시스템을 설립해 우선 계열사를 대상
으로 SI및 SM사업, 컨설팅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이회사는 이달안에 사내에 인트라네트를 구축, 3월 중순부터 시범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으로 이를 통해 데이터통합과 전자무역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일양정보시스템은 빠르면 올 연말께부터 소프트웨어및 하드웨어 유통사업에
새로 진출할 예정이다.

이밖에 종근당을 비롯한 3~4개의 제약업체도 회사정관에 정보통신사업을
사업영역으로 설정해 조만간 이분야에 대한 진출을 가시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약업체의 정보통신사업진출은 다른 업계에 비해 사실 수적으로나 규모
면에서 많은 숫자가 아니다.

방어적인 경영을 펼쳐온 것으로 인식돼온 제약업체의 이런 움직임은 침체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영마인드를 새롭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본업이 아닌 정보통신산업에 확실한 전략
없이 뛰어드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