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부유한 사람은 은행가가 아니라 수집가다"

오늘을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좌우명이다.

80년대가 중국인이 정치에서 각성했던 연대라면 90년대는 중국인이 가치
에서 각성한 시대라고 할수 있다.

지금 중국전역에선 돈이 되는 물건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수집열풍"이
불고 있다.

위로는 진귀한 골동품으로부터 아래로는 담뱃갑 입장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다.

또 전통적인 서화 우표 동전(화폐) 문방사우로부터 현대의 사진기 민간
공예품 전화카드, 심지어 작디작은 열쇠고리까지도 소장가들이 찾는 대상물
이다.

현대 소장품의 종류는 2천여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집품 종류뿐아니라 수집인들까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의 문인 선비들로부터 지금은 당간부 기업가 교사 연예인 농민, 심지어
대학교 중학교 학생등 2천만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중국의 소장활동은 사상 유례 없을 정도다.

소장동기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개인적인 애호,둘째는 시대의 풍조를 따라서 고상한 척 하기위해,
셋째는 투자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강북(중국 양자강 북쪽)제일인"이라 불리는 고서적 소장가 전도씨는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고서적을 모으고 있다.

다년간의 소장을 거쳐 지금 5만여권의 장서가 있다.

그는 "장서는 일종의 축적과정이다. 이 과정자체가 바로 즐거움이다.
수장은 수의 희열과 장의 재미에 있다. 물질과 정신상의 두가지 부유함
(만족)을 느낄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시장경제의 발전과 함께 소장은 문화가치를 중시하던 전통적인
범위를 벗어나 일종의 투자수단으로 되고 있다.

식견이 있는 소장상인들은 예술진품을 "연황금"(휴대하기 쉬운 귀금속
따위)이라고 본다.

현재 중국의 예술품은 해마다 그 값이 30~50%의 속도로 오르고 있다.

그래서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던 상해에서도 주식투자가 골동품수집만
못하다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지금 서비창 제태석 장대천 오창석등 당대 유명화가들의 진품은 모두
수십만인민폐(한화 수천만원)에 달한다.

이들 유명화가보다 다소 떨어지는 화가들의 작품들도 수만인민폐에 팔린다.

몇년내 시세가 수십배 오를 전망이다.

석노화가가 지난81년 섬서성 재해복구를 위해 바자때 판 하화도(연꽃그림)
는 그때 서안철도국의 한 간부가 3천인민폐(한화 30만원)에 샀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80만인민폐(한화 8천만원)를 주고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엄청난 투자이윤이다.

봄에 한알의 조를 심어 가을에 만알의 종자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홍백목가구등 고가구값도 해마다 20~30%씩 오르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중국현대경제의 변천및 정치적 풍운을 기록한 물품들의
가격이 근래 끊임없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55년판 전국양표(식량구입표)는 지금 수천원(한화 수십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천진에서는 외국인들이 문화대혁명시기의 모택동주석마크를 개당
50~4백달러에 거둬들인다고 한다.

문명과 역사의 기록인 문물 골동품및 서화진품등 수장품가격의 상승은
분명 전통문화의 부흥과 연계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1일자).